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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통합,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입력 2017.11.27 04:39 수정 2017.11.27 05:55        황태순 = 정치평론가

<칼럼>6개월 계속되는 문재인 정권의 고공행진

교착상태 돌파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 ‘양당 연대·통합 의미와 전망 그리고 과제’에 참석해 인사를 나눈뒤 자리에 앉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만났다. 안 대표나 유 대표나 당 내의 처지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두 대표는 중도·보수의 통합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장 안 대표는 당내 호남 중진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금년 중으로 통합의 틀을 만들지 못하면 추가 탈당 의원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11월 23일은 5년 전인 2012년 안철수 교수가 대선후보 사퇴 선언을 한 날이기도 하다. 그해 9월 19일 안 교수는 호기롭게 대선출마선언을 했다. 그러나 66일 후인 23일 안철수는 문재인 후보 측과 후보단일화를 두고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중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시대와 역사의 소명은 결코 잊지 않겠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때부터 안철수 대표에게는 ‘철수(撤收)’라는 약간은 조롱 섞인 별칭이 따라다니게 됐다.

6개월 넘게 계속되는 문재인 정권의 고공행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훌쩍 지났다. 통상 정치학에서 이야기하는 밀월기간(허니문 기간)이 지난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2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봐도 문 대통령은 72%, 민주당은 47%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선이후 26주에 걸친 조사를 통해서도 45%~51%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청문회에서 거듭된 인사실패, 밀어붙이기 식 무리한 국정운영드라이브, 11조원이 넘는 추경을 퍼부었으나 오히려 악화되는 청년실업률 그리고 사드를 둘러싼 외교·안보정책의 혼선 등 감점요인은 차고도 넘쳤다. 최근에만 해도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제3자 수뢰혐의가 드러나는가 하면, JSA에서 북한 탈북 병사를 둘러싼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쯤 되면 국민들이 반응할 만도 한데 왜 꿈쩍도 하지 않을까? 우선 현 정권의 기세가 너무 드세다. ‘적폐청산’의 기치아래 파죽지세로 몰아붙인다. 야당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공격해도 괘념치 않는다. 마치 불에 기름을 붓듯 그 기세가 더욱 사나워진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속수무책으로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는 보수성향의 국민들은 너무 주눅이 들었다. 내가 한 일도 아닌데 괜히 무슨 큰 죄를 지은 듯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고 있다. 중도성향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달리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모난 돌 정 맞는다고 굳이 이런저런 토를 달지 않는다. 점점 순치(馴致)되어 가는 것이다. 무기력해진 것이다. 달리 대안(代案)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 세미나 ‘양당 연대·통합 의미와 전망 그리고 과제’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교착상태 돌파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

지금의 정국의 형상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집권여당은 고지(高地)를 점령하여 단단한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에서 위에서 아래도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야당은 이러 저리 흩어진 상태에서 유능한 지휘관도 없이 유린당하듯 각개 격파되고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야당은 거의 전멸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위기감이 없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이달 초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9명 의원을 더해 116명의 의원이 있으나 어떤 투쟁성도 그렇다고 비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따금 산발적으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툭툭 치는 정도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안철수 지지 세력과 반 안철수 세력(주로 호남지역 의원)이 한 지붕 두 가족마냥 앙앙불락하고 있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11석의 바른정당은 그야말로 시한부 환자와 같은 신세다.

이래서는 야당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장래도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견제’와 ‘균형’의 패러다임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야권이 오합지중(烏合之衆)마냥 지리멸렬하면 할수록, 집권여당은 더더욱 무인지경으로 독주와 독선에 빠지게 되고, 결국은 국민들도 안중에 없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의 민주주의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창조할 수 없다

예전부터 정치권에는 ‘발전적 해체’라는 금언이 있다. 어차피 맞지도 않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죽자고 싸우면서 그렇다고 이별도 하지 못할 때, 그에 대한 처방으로 나오는 것이 ‘발전적 해체’다. 그것의 본질은 바로 기득권의 포기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다. 한마디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일 때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이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이들 야3당의 대표들이 함께 만나지 못할 일이 무언가? 3당 모두 보수 내지 중도를 지향하는 정당이다. 물론 국민의당의 경우 내부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의 말대로 함께 하지 못할 거라면 헤어지는 것이 맞다. 그래야 우리 정치권 전체가 ‘중도·보수 대 진보’로 전선이 분명해 질 것이다.

19세기 일본, 영원한 앙숙이던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이 삿초동맹(薩長同盟)을 맺고 대정봉환을 통해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키고 일본의 근대화를 이룩한 예도 있다. 지금 솔직히 민주당과 정의당은 초록이 동색일 수 있다. 그렇다면 86운동권·전대협 출신의 핵심실세들이 국정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누가 나서서 견제와 균형의 중심추 역할을 할 것인가. 결국 중도와 보수 세력이 과거의 구원(舊怨)을 다 잊고 뭉치는 길 외에 달리 방안이 없다.

그 과정에서 일부 이탈할 세력들은 이탈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놔두면 그만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알아서 한다.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 국민들이 침묵하는 것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달리 대안이 없고 그 대안이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아무 것도 창조할 수 없는 것이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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