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의 역습-하] 올겨울 열풍에도 웃지 못하는 패션업계
50여개 업체, 롱패딩 인기에 너도나도 출시붐
지나친 과열 경쟁…재고량 예측 실패 '업체 부담'
과거 '노티카'를 시작으로 아웃도어 업계'노스페이스', 수입 브랜드인'몽클레르', '캐나다구스'는 최소 20만원에서 평균 가격대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 때문에 부모의 등골을 빼서 사 입는 옷이라는 의미로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렸다.
이번 겨울에는 평창 올림픽을 기념해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롱패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제2의 등골 브레이커', '제2의 구스 신드롬'이라고 불리고 있다.
평창 롱패딩의 정식 명칭은 '구스 롱 다운 점퍼'다. 충전재로 거위털 80%에 솜털 20%를 사용한 긴 패딩 점퍼를 의미한다. 3만 벌밖에 제작되지 않은 한정판이라는 점과 함께 14만9000원이라는 수입 브랜드 대비 비교적 낮은 금액을 책정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평창 롱패딩의 판매 전날 밤부터 백화점 앞에는 줄을 서서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고,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주고까지 구입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롱패딩 대란'이다.
이렇다 보니 브랜드 업체마다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무릎 아래까지 덮는 긴 기장의 패딩을 출시한 업체가 50곳이 넘는다. 여기에는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 골프웨어 등 너나 할 것이 없다.
롱패딩의 열풍은 경기불황으로 침체돼 있던 패션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찾은 듯 했으나 지나친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아웃도어 업체나 수입 브랜드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롱패딩 점퍼가 판매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매출 상승 요인으로 거론하기에는 비중이 미비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매출 40% 이상을 겨울 패딩 제품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고가 브랜드들도 가격을 낮추면서 아웃도어 업체들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품의 재고 처리다. 대부분의 업체가 올해 롱패딩 생산량을 전년대비 5배에서 최대 20배까지 끌어올렸다. 즉, 수요예측에 실패한 재고량 부담은 고스란히 업체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한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2014년 7조1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6조8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6조원 밑까지 추락했다. 향후 아웃도어 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며 올해는 5조5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의 불황을 유행 아이템에 편승해 타개하려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헤비다운과 마찬가지로 유행이 끝나면 재고를 처리하는 업체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급과잉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고 부담을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므로 결국 수익성 악화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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