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둥성 주요 도시 이어 베이징서도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면세점, 중국 단체 대신 개별 여행객 유치 집중…동남아 시장 확대 모색
한국과 중국 양국의 해빙 무드에 기대를 걸었던 유통업계가 다시 고심에 빠졌다.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단체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던 유통업계는 중국어 가능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등 관광객 맞이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제재로 한국 여행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지만 여전히 중국 단체 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높아 쉽사리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국내 여행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에 있는 현지 여행사들은 이달 중순 한국행 단체여행을 금지한다는 당국의 통지를 받았다. 산둥성의 수도 지난시와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시 등 4곳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팔지 말라는 내용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베이징과 산둥성 두 곳에 한해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지 한 달 만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지난 22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중국 당국은 한국 여행 금지 조치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보복 조치는 전혀 없다면서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이후 내년 중국 춘절을 기점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던 유통업계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서울 명동의 화장품 로드샵에서는 이에 대비해 중국어 가능 직원을 새로 채용하고, 시내 호텔들도 여행사와 연계해 상품 준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도입하는 등 중국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하기도 했다.
특히 내년 2월 평창올림픽 개최와 연계해 특수를 기대했던 유통업계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산둥성의 주요 도시에 이어 최근에는 베이징에서도 한국 단체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홍대 매장의 경우 중국 단체 관광 재개를 예상하고 중국어 가능 직원 채용에 나선 곳이 많다”면서도 “중국 정부의 방침에 대한 신뢰가 낮아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내년 올림픽 때는 좀 괜찮아 질 거란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높은 중국 관광객 의존도로 사드 보복에 따른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경험했던 면세점 업계는 동남아 시장 공략과 더불어 중국 개별 여행객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최근 중국 SNS 스타 ‘왕홍(중국 파워블로거)’을 위한 전용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이곳에서 왕홍은 조명, 음향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국내 브랜드 상품을 소개하는 쇼핑 영상을 직접 제작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1위 여행 후기 사이트인 ‘마펑워’와 손잡고 여행 콘텐츠를 제작에 나섰다. 중국 젊은 층의 경우 단체 패키지여행 보다는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는 ‘싼커’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한국 방문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동남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일 베트남 다낭 공항점 그랜드 오픈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베트남 나트랑 공항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 동남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여행 전문 예약 사이트 클룩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동남아 고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홍보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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