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험 자제" 주문하는 금융당국…가속도 내는 동양생명
1월 저축성 상품 공시이율 0.15%P 올린 2.7%…생보업계 최고
"IFRS17 도입 시 부담" 금감원 지적에도 영업 드라이브 계속
동양생명이 올해들어 저축성 상품에 적용하는 공시이율을 국내 생명보험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 잡았다. 지금도 높은 이자율을 무기로 생보사들 가운데 저축성 보험을 가장 많이 팔고 있는 동양생명이 올해 역시 관련 상품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하지만 고금리 저축성 상품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주범인데다 이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동양생명의 마이웨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이번 달 저축성 보험 상품에 전월(2.55%) 대비 0.15%포인트 상승한 2.70%의 공시이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보험사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적금 이자율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해당 상품 가입자들이 만기 환급이나 해지 때 돌려받는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동양생명의 이 같은 공시이율은 주요 생보사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산 기준 국내 5개 생보사의 올해 1월 저축성 상품 대상 공시이율은 평균 2.66%다. 보험사 별로 보면 빅3 생보사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이 상대적으로 높은 2.69%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밖에 ING생명과 농협생명은 각각 2.65%, 2.60%로 결정했다.
이처럼 동양생명이 생보업계 최고 수준의 이자율을 제시하면서 저축성 보험에 힘을 싣는 모습은 비단 올해만의 얘기가 아니다. 동양생명은 2015년 하반기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줄곧 저축성 상품을 통한 외형 확대에 주력해 왔다. 안방보험이 새로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이를 십분 활용해 왔다는 분석이다. 저축성 상품은 가입 대부분이 일시납 형태로 이뤄져 보험사가 단기간에 자산을 불리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실제 동양생명이 지난해 1~9월 저축성 보험에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1조683억원으로 생보사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를 가리킨다. 즉, 이 액수가 클수록 보험사가 새로 판매한 상품이 많다는 의미다.
동양생명의 이 같은 저축성 상품 초회보험료 수익은 같은 기간 생보업계 전체 액수(5조2495억원)의 20.4%를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해 생보업계가 판매한 저축성 보험 5분의 1 이상이 동양생명의 몫이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2021년 IFRS17이 본격 시행되면 높은 이율을 앞세워 판매된 저축성 보험이 보험사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IFRS17가 적용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금융당국도 IFRS17 대비를 강조하면서 보험업계에 저축성 상품 판매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이 동양생명과 함께 중국 안방보험 식구인 ABL생명을 향해 저축성 보험 확대를 둘러싼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금감원은 지난 달 말 ABL생명의 저축성 상품 과다 판매에 대한 경영유의·개선사항을 통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BL생명은 과거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실적이 연간 목표를 초과했음에도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부담이자 대비 투자영업비율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는데도 저축성 상품 판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품운영전략을 수립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동양생명과 마찬가지로 ABL생명도 2016년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저축성 상품 확대에 적극 나서왔다. ABL생명의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저축성 보험 초회보험료는 9870억원으로 전년 동기(313억원) 대비 3053.4%(9557억원) 급증하면서 동양생명과 삼성생명(1조399억원)에 이은 생보업계 3위를 기록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2016년 저축성 보험의 고금리를 두고 동양생명에게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던 금감원이 최근 다시 ABL생명에 비슷한 내용을 지적한 것은 중국 안방보험 계열사가 된 이후 두 회사가 벌이는 경영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동양생명이 또 다시 저축성 상품 금리를 생보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상하고 나서면서 향후 금융당국의 대응이 더욱 주목된다"고 평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중국 거대 자본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 아래서 영업을 펼쳐야 하는 점은 경쟁사들과 마찬가지"이라며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되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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