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업계, 필수품목 가격 공개 놓고 공정위와 갈등 고조
지난해 상생안 마련 등 화해무드에서 법적 대응으로 분위기 급반전
필수품목 정보 공개, 가격 인상 이슈와 직결…합의점 찾기 어려울 듯
정부의 필수품목 가격 공개 정책을 놓고 프랜차이즈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해 업계가 상생안을 마련하며 한동안 지속됐던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화해무드도 빠르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정부가 관련 규제를 실행할 경우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협회 사무실에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적 대응 시기는 명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프랜차이즈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물품의 가격을 공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필수물품 공급가격의 중위가격을 공개하고 가맹점주별 평균 가맹금 지급 규모, 매출액 대비 필수품목 구매비율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일부 프랜차이즈 기업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업계는 상생안을 마련하고 주무부처인 공정위와 화해무드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필수품목 정보 공개를 놓고 업계와 공정위 간 이견이 확대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정부의 필수품목 정보 공개 정책이 업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품목은 개별 가맹본부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분하는 기준인데 이를 공개하면 브랜드의 전문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역으로 추산할 경우 개별 물품원가 등 마진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우려다.
여기에는 가격 인상에 따른 업계의 부담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임대료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맹본부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가격 인상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품 원가가 공개될 경우 가맹본부가 폭리를 취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정보 공개에 대한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지난해만 해도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정부와 여론의 반발해 밀려 인상을 철회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가맹본부에 공급되는 생닭의 가격을 공개하며 치킨 가격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업계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아파트나 통신비 원가에 대해서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데 유독 프랜차이즈업계에만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건설이나 통신 산업에 비해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영업기밀을 모두 드러내고 장사를 하라는 것은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해외사례를 언급하며 정부에 대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하템 자키 WFC(세계프랜차이즈협회)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필수물품 공급가격 공개에 대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조치이며 프랜차이즈 콘셉트와 영업비밀에 관련된 것을 대중에 공개한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경쟁회사에서 구매단가, 공급단가 등을 알 수 있는 것은 자율적 경쟁에 위배되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도 그렇다. 정부에서 과보호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중국과 말레이시아에는 아예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지 않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하템 자키 사무총장의 이 같은 발언이 협회를 대신해 정부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만큼 글로벌 인사를 초청해 속내를 털어놨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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