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제품서 중금속이"…뷰티업계 '자체생산' 확대할까
8개 화장품 업체 제품서 중금속 초과 검출…모두 '화성코스메틱'서 조달
'화장품 아웃소싱 저감' 전망도…설비 투자 늘리는 기업들 속속 등장
아모레퍼시픽과 올리브영 등 일부 화장품 제조사들이 위탁 생산한 화장품에서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장품 업계에서 제품의 안전성 및 품질 관리를 위해 아웃소싱 대신 자체 생산을 늘리는 추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금속의 일종인 '안티몬' 허용기준을 초과한 화장품 목록을 공개했다. 아리따움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과 에뛰드하우스, CJ올리브네트웍스, 스킨푸드, 메이크힐 등 8개 업체의 총 13개 품목에 대해 판매 중단 및 자진회수 명령이 내려졌다.
이들 제품은 모두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전문업체인 화성코스메틱이 제조해 8개 업체로 납품한 것으로, 식약처는 이 업체가 제조한 모든 제품에 대해 자가품질검사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또 현장조사를 통해 부적합 원인을 파악한 뒤 추가 조치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일 '아리따움·에뛰드 자진회수' 관련 입장문에서 "화성코스메틱에서 2018년 1월 이후 납품받은 아리따움 4종과 에뛰드하우스 2종 가운데 일부 로트(lot·제조번호) 제품이 적발됐다"며 "회수 대상 제품을 소지한 고객은 아리따움과 에뛰드 홈페이지에 안내된 방법에 따라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조판매업체로서 모든 판매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로 불편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회수 진행 과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브랜드사가 요구하는 대로 완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달리 ODM은 화성코스메틱과 같은 제조사가 제품 기획과 개발, 생산까지 도맡는 방식이다. ODM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이 문제가 됐을 경우 제조사뿐 아니라 브랜드사도 품질관리 및 유통판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 제조사와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진다. 브랜드사는 제조사에서 제품을 공급받기 전에 직접 성분 검사를 하거나, 공인기관에서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브랜드사들은 제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중금속 초과 검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부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기기보다 직접 화장품 제조에 나서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동안은 공장을 직접 세우기보다 제품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그 대신 마케팅에 집중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2000년대 들어 미샤·더페이스샵 등 1세대 브랜드숍이 크게 부흥할 수 있었던 것도 국내 화장품 OEM·ODM 사업 성장이 뒷받침한 결과였다.
자체 생산 비중을 조금씩 늘리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기준 약 15%, LG생활건강은 20% 정도만 아웃소싱으로 제품을 조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OEM 자회사인 코스비전을 증설하며 자체 생산 확대를 예고했고, LG생건도 지난해 태극제약을 인수하는 등 생산설비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합류하는 후발주자도 잇따르고 있다. 2012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글로벌 ODM 업체와 합작해서 세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공장을 지난해 2월 가동했다. 브랜드숍 토니모리의 자회사인 메가코스도 지난해 5월 경기도 화성에 제조공장을 준공해 식약처 제조허가를 받았다.
ODM 공장을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자체공장에서 생산하면 품질 관리 측면에서는 본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공정 하나하나를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밀착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화장품 기업들은 자체 설비를 만들어 생산할 여건이 안 되는 만큼 안전성을 믿을 수 있는 ODM 회사에 주문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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