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긴장 교차하는 판문점…분단의 상징 이곳은 지금
4월, 김정은 北 최고지도자 최초 남한땅 밟는다
김정은, 차량·도보 이용시 72시간 다리 건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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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연락채널 재개…2년만에 北이 먼저 연락
정상회담 장소 ‘평화의 집’ 리모델링 작업 한창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4월 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다. 이를 위한 남북 첫 고위급회담도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예정됐다.
남북 정상이 마주앉는 것은 2000년과 2007년 1, 2차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으로, 평양이 아닌 남측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 장소인 평화의 집은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이 열렸던 곳이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회담을 위해 남측으로 내려오는 것은 최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상징성은 '판문점'이라는 장소에 있다. 남북 분단 상황을 가장 생생하고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마주앉는 자체가 극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온 남북관계도 판문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판문점은 그동안 남북 대화의 장소로 교류·협력의 상징이자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때는 대치와 긴장의 현장이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27일 찾은 판문점에서는 기대와 긴장감이 동시에 감돌았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을 찾은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이날 통일대교 남단 검문소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마친 뒤 판문점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삼엄한 경비 속 들어선 판문점은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었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해빙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판문점은 차분했다. 어찌 보면 극도의 긴장감을 감추고 있는 듯 했다.
판문점 남측 대표건물인 자유의 집에서 바라본 맞은편 북측 판문각의 모습은 인적이 없는 듯 고요했다. 보통 민간인이 방문하면 남북 무장 병력이 마주보며 서로를 주시한다. 이날 기자단의 방문에 우리 측 군인들이 자유의 집을 등지고 판문각을 바라본 채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자유의집에서 판문각을 향해 바라보니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판문점을 상징하는 막사 다섯 채가 중앙에 설치돼 있다. 파란색의 중앙부 건물 T1·T2·T3 3채는 영관·위관급 장교회담 등이 열리는 장소로 우리 측이 관리하고, 양 끝의 회색 건물 두 채는 북측이 소관하고 있다.
자유의 집을 기준으로 남측 구역 뒷편에는 주요 회담장소인 평화의 집이 있다. 이곳에서 4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북측 구역인 판문각 좌측으로는 멀리 통일각이 보인다. 통일각은 2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예정된 곳이다.
이처럼 정상회담 계기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남북 간 연락채널이 개통되고, 평화의 집 시설이 재정비되는 등 판문점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北 2년만에 먼저 연락
가장 큰 변화는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2층에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재개통된 것이다. 남북연락사무소에는 전화 2회선, 팩스 1회선, 예비용 2회선 등 총 5회선의 남북간 직통전화가 개설돼 있다.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을 원칙으로 하지만, 최근 남북 간 논의사안이 많아지면서 밤중이나 휴일에도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판문점 연락사무소가 재개된 것은 2년여 만이다. 지난 2016년 2월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반발한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끊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북측이 먼저 접촉을 시도해왔다. 이후 남북 간 고위급회담 조율과 예술단·대표단 등 상호 파견 문제를 모두 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정상회담 장소 '평화의집' 리모델링 한창
다음달 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은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시설 공사 중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평화의 집 정문에는 인부 서너명이 공사 중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평화의 집이 편의제공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출입을 금지했다.
평화의 집은 1989년 12월 지어진 3층짜리 건물로 국가정보원이 관리하고 있다. 1층에는 기자실이 있고, 2층에는 회담장, 3층에는 대회의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곳을 방문하는 만큼, 이동로 정비부터 대대적인 시설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존 3층 대회의실을 연회장으로 활용해 남북 정상들이 오·만찬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차량·도보 이용시 72시간 다리 건널 듯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사상 최초로 판문점에서 열리는 데 이어,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남측 지역을 방문하면서 이동경로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남측 평화의 집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가지로 예상된다. 먼저 차량을 이용할 경우 북측의 판문점 진입 통로인 72시간 다리를 지나 북측 판문각까지 직선으로 이동한 뒤, 남측으로 방향을 전환해 자유의 집을 끼고 평화의 집으로 들어가는 방안이다. 크게 보면 거꾸로 된 'ㄷ'자 경로다.
걸어서 오더라도 역시 72시간 다리를 통해 판문각까지 이동한 뒤,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통과해 평화의 집까지 이동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자유의 집과 판문각 사이 설치된 파란색 막사 T1·T2나 T2·T3 건물 사이를 지나게 된다. 도보 횡단은 특히 남북 간 상징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어 주목된다. 앞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의선 MDL을 걸어서 통과하면서 역사적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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