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황창규 회장 소환...KT 신사업 제동 걸리나


입력 2018.04.18 16:25 수정 2018.04.18 17:59        이호연 기자

기술력 + 개인 역량 발휘 5G 국제규격 채택 결실

6월 주파수 경매·5G 핵심사업 등 4차 산업 첩첩산중인데...

황창규 KT 회장이 MWC2017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5G 기술이 변화시킬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KT

기술력 + 개인 역량 발휘 5G 국제규격 채택 결실
6월 주파수 경매·5G 핵심사업 등 4차 산업 첩첩산중인데...


황창규 KT 회장의 경찰 소환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임으로 KT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황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나 향후 있을지도 모를 사정당국의 칼날에 5세대(5G) 이동통신 등 신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의원 90여명에게 3년간 4억3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혐의로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20시간이 넘은 밤샘 조사 끝에 익일 새벽 귀가했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 따라 추가 조사 혹은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KT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KT 현직 CEO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것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탈통신 신산업 경쟁이 심화되고,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까지 거세지는 상황에서 자칫 성장 동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대 현안은 5G 상용화이다. 5G 상용화는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달린 과제로 KT는 황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성공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성공적인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국제규격 채택이 될 수 있었던 데는 황 회장의 글로벌 인맥과 평판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 황 회장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 ‘황의 법칙’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글로벌 IT 업계에서 쌓아온 글로벌 인맥을 5G 상용화를 위해 십분 활용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해외 출장길에 올라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 일런 머스크 스페이스X 회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인물들과 만나 구체적인 5G 산업분야에서 협력을 다지기도 했다. 이들은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CEO가 아니면 만나기가 어려운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다. 따라서 KT의 기술력에 황 회장의 개인 영향력까지 더해지면서 5G 국제규격 채택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6월 주파수 경매가 불과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황 회장의 경찰 소환 조사라는 복병을 만났다는 점에서 KT 임직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올해 주파수는 5G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대역이 경매로 나오며, 누구도 해보지 못한 ‘블록 경매’ 방식을 도입해 ICT 업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5G 주파수 입찰가 역시 역대 최대인 3조원을 넘을 가운데, 5G 설비 투자에만 드는 비용도 20조에 달한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주파수는 한번 할당을 받으면 최소 5~10년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 통신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매 비용, 기지수 구축, 5G 수익 모델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주파수 경매안을 발표한다.

여기에 오는 27일 규제개혁위원회의 보편요금제 심사 등도 예정됐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월 3만원대 요금제의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이 낮아지는 효과로 매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 KT는 자율주행차, 실감형 미디어,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발굴 및 운영 중이다. 그러나 황 회장의 거취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해 소극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번 경찰 조사가 KT에 대한 흔들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권 교체때마다 CEO 리스크를 겪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KT가 최근 CEO 후보를 선정하는 주체를 기존 CEO추천위에서 이사회로 바꾸고, 기준에 후보의 기업경영 경험을 명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민연금 지배구조 등 큰 틀이 먼저 바뀌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은 취임이후 실적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을 해 왔다”면서 “특히 황 회장이기에 가능했던 여러 신사업들이 신속하게 추진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에 닥칠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도 황 회장의 역할은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민영화된 기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이 교체되는 악습은 이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8월 3만5000원을 넘었던 KT 주가는 지난 16일 장중 2만6550원을 찍으며 52주만에 바닥을 쳤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