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동일인' 변경, 이재용 재판에 영향 미칠까?

공정위,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 확실시

기업집단 변화 크지 않은 가운데 재판 경영권 승계 이슈 영향 주목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공정위,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 확실시
기업집단 변화 크지 않은 가운데 재판 경영권 승계 이슈 영향 주목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동일인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기업집단이 동일인을 기준으로 형성되는데다 동일인은 사실상 그룹의 총수를 의미해 경영권 승계 이슈 등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1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이상) 및 공시대상기업집단(5조 이상) 지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 및 남용 문제 해소를 위해 대기업집단을 각종 규제로 감시하고 있으며 적절한 감시 범위 설정을 위해 매년 이에 대한 적절한 범위를 정하기 위해 대기업 집단을 지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지정이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동일인 변경 이슈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하며 공정위는 동일인의 지분율, 경영활동과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배 여부 및 동일인 여부를 판단한다.

대기업집단 범위는 동일인(총수)을 기준으로 배우자와 6촌이내의 혈족, 4촌이내 인척 등의 계열사 지분을 따져 정해진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계열사는 계열사 간 상호 출자와 신규 순환 출자 및 채무 보증 금지와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 규제를 받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데일리안DB

삼성은 롯데와 함께 이번에 동일인 변경이 유력시되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와병 이후 병상에 있고 롯데도 신격호 총괄 회장이 합리적인 사리판단을 할 수 없어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인 지정을 받아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다.

그동안 동일인은 사망과 같은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만 공정위는 지분 상속 등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거나 기존 총수가 건강상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 실질적으로 권한 있는 다른 사람을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미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사유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의 동일인 변경은 확실시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삼성에 적용하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부자지간인 이 회장과 이 부회장간 촌수를 굳이 따지자면 일촌 관계여서 동일인 변경에 따른 기업집단 범위 변화는 크지 않다. 기존에 집단 경계에 있던 6촌 혈족과 4촌 인척은 각각 7촌과 5촌 인척으로 변경돼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공정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도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이번 동일인 변경이 현재 진행 중인 이 부회장 대법원 상고심 재판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가 삼성의 동일인을 변경하게 되면 이미 실질적 지배력이 이 부회장에게 있다고 보는 것으로 사실상 총수이기 때문에 그동안 재판에서 핵심 이슈로 다뤄졌던 경영권 승계 문제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대해 삼성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지 않은 사안이어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순환출자 해소 등 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재판에서 다뤄지는 사건의 시기와 공정위의 판단 시기의 시차가 있고 공정위의 동일인 변경 사유가 ‘경영권 승계 마무리’보다는 ‘총수가 건강상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공정거래법에 동일인이 정의돼 있기는 하나 기업집단 지배와 동일인 지정 여부는 공정위가 판단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사법부가 재판에서 하는 사법적 판단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동일인 변경이 이뤄진다면 이는 총수의 와병에 의한 것으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