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신동빈 총수 지정…이해진 전 의장 동일인 유지

김상조 공정위원장 "이건희·신격호, 정상적 경영활동 불가 판단"

네이버, 법인으로 동일인 변경은 사유 없다고 결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데일리안DB

김상조 공정위원장 "이건희·신격호, 정상적 경영활동 불가 판단"
네이버, 법인으로 동일인 변경은 사유 없다고 결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동일인(총수)을 각각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했다.

현재 두 그룹의 동일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에 대해선 동일인 변경 사유가 없다고 보고 동일인 지위를 유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과 롯데는 종전 동일인을 변경해 할 중대·명백한 사유가 존재하고 동일인을 각각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할 경우 계열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돼 두 사람을 새로운 동일인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에 앞서 올 1월부터 49개 총수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동일인 경영실태 조사에 나섰다.

특히 4월에는 이번 동일인 변경여부에 관련해 이슈가 제기된 삼성·롯데·네이버에 대해 추가적으로 사실관계 확인 및 법률 자문을 실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총수) 또는 법인을 의미한다. 지배여부는 공정위가 동일인의 지분율 또는 경영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 있어 영향력 등을 두루 고려해 판단한다.

동일인이 새롭게 변경되면 공정위는 신규 동일인의 배우자와 6촌이내의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의 계열사 지분을 따져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범위를 정한다.

김 위원장은 "동일인 지정 변경 기준은 계열사 보유 지분, 계열사 지배력과 더불어 회사 임원 선임 및 사업구조 변경 등 그룹 전체의 경영 방침에 영향을 주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새롭게 지정된 동일인인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해당 요건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먼저 삼성그룹의 경우 종전 동일인인 이건희 회장은 여전히 대기업집단인 삼성의 최다출자자로 그룹 회장의 직책이 있으나 지난 2014년 5월 와병 이후 현재까지 일체의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에서 계열사 임원변동, 인수·합병 등 소유지배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신규 동일인인 이재용 부회장은 종전 동일인에 비해 집단 전체적인 지분보유가 적으나 삼성물산 등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위치한 회사 지분을 최다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사실상 삼성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원에서도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삼성그룹의 총수'로 규정하 바 있다. 삼성 측도 이번 대기업 집단 지정 자료 제출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활동이 어렵다는 입장과 관련 병원 진료 기록을 제시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종전 동일인은 삼성전자 등 주력회사에 대해 지분율 요건은 물론 지배적 영향력 요건도 충족하기 어려워 이들 회사가 계열 범위에서 제외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신규 동일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삼성물산(4.7%)과 삼성생명(8.3%) 등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등 삼성전자를 기업집단에 내에 포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경우도 동일인을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하는 것이 종전 동일인에 비해 롯데의 계열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현재 롯데의 소속회사 가운데 종전 동일인과 신규 동일인 모두 지분율 요건을 갖추지 못한 회사가 있는데 신규 동일인으로 변경할 때 기업집단 내에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언급한 해당 회사는 롯데쇼핑(49%)과 일본 페스트리테일링(51%)의 합작회사인 에프알엘코리아다.

신격호 회장이 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신 회장을 보호해줄 한정후견인 개시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점도 반영됐다.

공정위는 네이버에 대해서는 현재 동일인인 이해진 전 의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변경해야 할 중대·명백한 사유가 없어 지난해 9윌 1일 지정때와 동일하게 그 지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공정위에 동일인을 자연인(이해진 전 의장)에서 법인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 전 의장이 비록 네이버 사내이사직 등을 사임했지만 현재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을 맡고 있어 네이버에 여전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아울러 이 전 의장이 최근 네이버 지분 0.6%를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네이버 개인 최다출자자(지분율 3.72%)이고 기타 지분분포에도 중대한 변화가 없다는 점을 동일인 유지의 이유로 설명했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인 OCI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이수영 회장(동일인)이 사망한 점을 이유로 들어 이우현 대표이사를 동일인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이번에 동일인 변경이 예상됐던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과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은 기존 대로 동일인 지위가 유지됐다.

두 그룹의 동일인을 변경할 만한 중대·명백한 사유가 없고 정몽준 전 회장과 박용곤 명예회장이 여전히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와함께 메리츠금융·넷마블·유진 등 3곳이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2018년 5월 1일 지정)으로 새롭게 편입되면서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유경선 유진 회장이 동일인으로 신규 지정됐다.

이중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됨에 따라 IT업계에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은 네이버(이해진 전 의장)·카카오(김범수 의장)·넥슨(김정주 대표이사)·넷마블 등 총 4곳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