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먼저 통일” 서울·평양 ‘30분 시차’ 역사속으로
北 5월5일 평양표준시→서울표준시 통일…30분 당긴다
南北정상 합의중 첫실행…김정은, 남북관계 개선 속도
北 5월5일 평양표준시→서울표준시 통일…30분 당긴다
南北정상 합의중 첫실행…김정은, 남북관계 개선 속도
“그래서 북한 시간인가요? 우리 시간인가요?”
그동안 북한 내부 소식이나 남북 소식에서 30분의 시차로 종종 혼돈이 발생해왔다. 북한이 오전 10시에 중대발표를 한다고 하면 우리 시각으로는 오전 10시 30분으로, 북한은 우리 시각보다 30분 느린 평양 표준시를 운용해왔다.
실제 2018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과정에서 취재 기자 간 표준시 때문에 잠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서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 군 수뇌부가 북한 도발 예상 시각을 "내일 오후 5시"로 발표했으나, 한참 뒤 "북한이 평양시를 사용해 우리 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이 된다"고 정정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을 때는 시차 신경전도 벌어졌다. 남북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2015년 8월 25일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우리 군은 12시, 북한은 12시 30분에 준정시 상태를 해제했다. 당시 협상이 자정을 조금 넘겨 타결되면서 우리는 '8.25 합의', '북한은 8.24 합의'로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와 북한은 30분의 시차를 두고 '기싸움'을 벌여왔다.
북한이 서울 표준시(동경 135도 기준)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동경 127.5도 기준)를 채택한 것은 2015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당시 오전 12시 30분이던 시간을 30분 되돌리면서 시작됐다.
남북 표준시가 달라지면서 판문점 연락채널 등 남북 간 업무 개시 시간도 달라졌다. 또 대다수 국가가 국제 표준시에서 1시간 단위로 시차를 두고 있는데 북한은 30분이 엇갈려 그동안 불편도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던 북한이 이번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서울 표준시와 평양 표준시를 통일하자고 제안하면서 2년 8개월 만에 남북간 표준시가 다시 합쳐질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화의 집 대기실에 시계가 2개 걸려있는데, 하나는 서울 시간 다른 하나는 평양 시간을 가리키고 있어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북한은 내달 5일부터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로 전격 바꾸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평양시간을 고침에 대하여' 라는 정령을 채택하고, 주체107(2018)년 5월5일부터 서울 시간에 맞춰 표준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남북 표준시가 통일되면 두 정상이 합의한 사안 중 가장 처음 실행되는 성과로 기록된다. 이로써 '평양시간'이 3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표준시 통일은 두 정상이 구두로 합의한 사안으로, 4.27 판문점 선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날 전격 표준시 통일을 제안하고, 사흘만에 공식화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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