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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세부 계엄령 문건 공개…실행 의도 여부 초미 관심


입력 2018.07.24 10:32 수정 2018.07.24 10:40        이배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 대비…국회 통제·기본권 제한 등

사령관 ‘육군참모총장’, 선포권자 ‘대통령(권한대행)’ 명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 대비…국회 통제·기본권 제한 등
사령관 ‘육군참모총장’, 선포권자 ‘대통령(권한대행)’ 명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 일부 발췌 ⓒ국방부

국방부는 지난 23일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의 부속 문건인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공개했다. 청와대가 20일 부분 공개한 문건 전체가 공개된 것이다.

이 자료는 당초 2급 기밀문서로 분류됐지만 국회의 요청에 따라 기밀해제 절차를 거쳐 국회 국방위와 법사위 위원들에게 제공됐다.

이번에 공개된 세부문건은 국회 통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국민기본권 제한 근거, 언론 및 SNS 통제 계획, 주변국 대사 설득 필요성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계엄 실행 의도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 일부 발췌 ⓒ국방부

문건은 국회의원 통제 방안과 관련해 ‘국회의원 299명 중 진보성향 의원 160여 명, 보수성향 의원 130여 명’ 등으로 의원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계엄해제 시도에 대비해 당시 야당 소속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권한을 제한해 직권상정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법시위에 참가한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계엄해제 표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적시했다.

기무사는 이어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은 비상계엄 포고문 예시를 통해 일반인 통행금지 시간을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로 정했고, 지구 및 지역계엄사령관의 통행증을 소지한 자는 통행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통행증 발급 대상자는 공무원, 동원된 민방위 대원, 생활필수품 공급요원, 보도요원 등으로 한정됐고 계엄 임무 수행군의 원할한 임무수행을 위해 지구 및 지역계엄 사령관이 지정한 도로는 차량운행을 금지하되 허가된 도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 일부 발췌 ⓒ국방부

문건에 예시로 나온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 선포권자는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명시됐다. 이 문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를 대비한 문건인 점을 감안하면 선포권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계엄사령관으로 우리군 서열 1위 합참의장이 아닌 서열 2위 육군참모총장을 건의한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합참의장을 배제해 군 지휘체계를 무너뜨리고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주도권을 쥐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건은 “현재와 같은 정부기능 및 치안질서가 마비된 상황에서도 대북 억제력 발휘가 절실한 바, 군사대비태세는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며 “따라서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임무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육군참모총장에 대해 “지구 계엄사령관 통제 및 계엄임무수행군 운용이 가능하고 군사 대비태세와 구분하여 임무수행 가능하다”며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 일부 발췌 ⓒ국방부

언론 통제 계획도 드러났다. 문건은 ‘보도매체(방송·신문·인터넷 등) 보도내용 사전 검열, 불온내용 차단’이라는 제목으로 계엄사 보도검열단에 48명을 편성하고 매체별 통제요원을 운용하도록 했다.

조간 신문은 매일 정오부터 오후 10시, 석간 신문은 오전 5시부터 정오, 주·월간지는 오후 1시부터 3시 등 검열 시간을 정해놓고, 사전에 어떤 검열자료를 제출해야 하는지 검열요령까지 적시됐다.

아울러 보도 금지 항목으로는 계엄에 유해되거나 공공질서에 위협하는 경우, 군 사기 저하 등을 대상으로 삼았고, 확대 보도를 유도하는 사례로는 정부나 군의 발표, 반 정부 의식 불식, 시위대 사기 저하 내용 등을 나열했다.

이외에도 계엄 선포후에는 인터넷 포털과 SNS 계정을 폐지하고, 방통위에 인터넷유언비어 대응반을 설치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 일부 발췌 ⓒ국방부

또 문건은 계엄 선포 시 미국 정부로부터 계엄 인정을 받도록하는 외교적 조처 계획을 세웠다. 문건에 따르면 계엄 선포 시 국방부 장관은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미국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협조하도록 했다.

이는 1980년 5·17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정부의 인정을 받으려 했던 사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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