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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상 처음 극우 정당이 연정 참여할까?


입력 2018.09.16 07:15 수정 2018.09.16 07:18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⑮> 2018년 총선으로 본 스웨덴 선거

투표 기간 거의 20일, 평균 85%에 이르는 투표율 기록

지난 9일 끝난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SD)가 20%에 가까운 득표를 해 연정의 핵심적인 키를 쥐게 왰다. (사진 = 다겐스 뉘헤테르 화면 캡처)

지난 9일 스웨덴 총선거가 실시됐다. 이번 선거 결과 349석 중 사회민주노동당(사민당. S)이 100석, 보수당(M)이 70석을 차지해 전통의 좌우 정당의 대표주자 자리는 유지했다. 또 지난 2014년 총선부터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SD)은 62석을 차지해 3위 정당이 됐고, 보수 성향의 중앙당(C)이 31석, 진보 진영의 좌파당(V)이 28석, 다시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KD)과 자유당(L)이 각각 22석과 20석, 그리고 진보 성향의 환경당(MP)이 16석을 차지했다.

스웨덴은 지난 2014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단독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아 보수와 진보 성향 정당들 간의 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 정부는 사민당과 환경당이 연정으로 정부를 꾸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정의 셈법이 아주 복잡하다.

이번 선거로 인한 의석수에서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을 제외한 상황에서는 진보 진영(사민당+좌파당+환경당)이 144석, 보수 진영(보수당+중앙당+기독민주당+자유당)이 143석이다. 이들이 연정을 해도 과반인 175석에는 훨씬 못미친다. 그래서 스웨덴민주당이 아주 중요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문제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진보 진영의 맹주인 사민당은 물론, 보수 진영의 대장격인 보수당도 ‘절대 스웨덴민주당과는 연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 장담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쩔까? 그들의 큰 소리대로라면 스웨덴은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하는데.

스웨덴 정가에서 떠도는 이야기 중 가장 그럴 듯한 것은 스웨덴민주당의 비공식 지지를 받은 우파 연정이 집권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스웨덴은 역사상 첫 극우정당이 정권에 참여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스웨덴 정가에서는 9월 25일에서 10월 8일 사이 연정의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스웨덴민주당은 어떤 정당이기에 모두가 연정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거부할까?

스웨덴민주당은 1988년 신나치주의자들에 의해 창당됐다. 창당 이후 의회 진출자는 없이 잦은 극우 인종주의 시위를 벌여 스웨덴 정부의 골치덩어리였다. 그러다가 2005년 당시 26살이던 젊은 정치인 임미 오케손이 당 대표가 되면서 스웨덴민주당은 제도권 정치 정당으로 서서히 탈바꿈을 시작했다.

오케손이 신나치주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스웨덴 젊은이들 사이에서 난민 유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호응을 얻기 시작해 2010년 총선에서 5.7% 득표로 처음 의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2014년 선거에서는 13%의 표를 얻어 사민당과 보수당에 이은 3위 정당이 됐고, 이번에는 20%에 가까운 득표를 한 것이다.

39세의 임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당수는 “우리 당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당내 인종주의자들을 모두 축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장과는 달리 이번 선거에도 ‘스웨덴은 백인들의 나라고, 다른 것들은 쓰레기’ 등의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유세했던 후보들도 적지 않다.

스웨덴 총선일은 하루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 투표는 20일 가까운 시간동안 이뤄졌다. (사진 = 이석원)

의원내각제인 스웨덴은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른다. 우리와 같은 지역구 투표는 없다. 각 지역에서 투표를 하지만 개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정당에 투표를 한다. 각 정당은 349개의 국회 의석을 자신들이 얻은 득표율만큼 나눈다. 그러다보니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는 일치한다. 시민들의 선택이 정확히 의석수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번 스웨덴 총선의 평균 투표율은 85%가 넘는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거의 매 선거 때마다 비슷하게 나타나는 일상적인 현상이다. 스웨덴의 이렇게 높은 투표율을 자랑하는 것은, 시민들의 높은 정치 관심도도 있지만 선거 제도도 한 몫을 차지한다.

스웨덴은 투표하는 기간이 하루가 아니다. 2018년 총선거는 9월 9일에 치러졌지만, 실제 투표는 지난 8월 22일부터 시작했다. 스웨덴 시민들은 무려 19일 동안 투표에 임한 것이다. 각 지역에서는 도서관 등에 간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이 기간 동안 시민들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해외에 체류하거나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신청을 통해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도 있다.

이런 투표 기간 설정에 대해 스웨덴의 정치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모든 시민들에게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정도 시간을 줬는데도 투표를 하지 않는 시민은 정말 투표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또 그 정도 시간은 줘야 자신의 투표 의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도 본다.

투표 기간이 길어서 이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하는 우려는 전혀 없다. 스웨덴 사회는 그렇게 후진적이지 않다는 자신감이다. 실제 아직까지 스웨덴에서는 투표 기간이나 투표 방법으로 인한 부정 투표 논란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사실상 무한한 투표 기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완전하게 피력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재밌는 것은, 한 번 투표를 하고 그 투표를 후회한다면 이를 취소하고 다시 투표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 그러니 자신들의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정당에 투표를 하는 스웨덴 총선 때 정부의 공식 선거벽보는 없다. 각 정당에서 내건 홍보용 벽보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벽보에 대한 훼손이 불법이 아니다. 거리나 지하철 역 등의 선거 벽보에 대한 훼손 또한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의 표현으로 여긴다. 그래서 종종 인위적인 선거 벽보 훼손을 볼 수 있다. 물론 바람과 비에 의한 자연적인 훼손도 많다.

이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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