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중심vs성과 주의' 영업 문화 극과 극
설계사 이탈 우려 솔솔…화학적 융합 급선무
신한금융그룹의 생명보험사 인수로 갑작스런 동거를 앞두게 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설계사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업 문화부터 방식에 이르기까지 두 조직의 성격이 워낙 이질적인 탓에 화학적 융합 과정에서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영업력이 뛰어난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이탈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초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로부터 2조3000억여원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 확정지은 신한금융은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나머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융지주회사법이 금융지주사로 하여금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신한금융의 기존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 작업도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오렌지라이프가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어 소액주주들로부터의 지분 확보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굳이 같은 업종에 계열사를 따로 보유할 필요가 없는 만큼 두 회사의 통합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비(非)은행 사업 확대를 꾸준히 꾀해 온 신한금융의 준비 상태와 자본력을 감안할 때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물리적 통합에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보다 더 큰 관건은 생보사 영업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설계사 조직을 얼마나 잘 융합할 수 있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생보사가 그 동안 설계사 영업을 운영해 온 방식에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신한생명은 주요 금융지주들 중에서도 국내 특유의 조직 문화를 유독 강조하는 신한금융 안에서 성장해 온 곳이다. 반면 과거 네덜란드 ING그룹에 속해 있던 오렌지라이프는 외국계 회사의 자유로운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 특유의 성과주의 경영을 펼치면서 이런 특성은 더욱 강해졌다는 평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설계사 조직의 남녀 비율은 이 같은 분위기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신한생명 현장 설계사 영업의 경우 이른바 보험 아줌마로 불리는 전통적 지인 판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신한생명의 설계사 7165명 중 여성이 82.3%인 5894명에 이른다는 점은 이에 따른 흔적이다.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이런 틀을 깨고 국내 보험업계에 남성 설계사들을 자리 잡도록 한 대표적인 생보사다. 과거 젊은 대졸 남성 이미지의 설계사를 앞세워 개인 실적 위주의 영업 정책을 펼치며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했던 여러 외국계 생보사들 가운데서도 오렌지라이프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긴 곳으로 꼽힌다. 여전히 오렌지라이프의 전체 설계사(5494명) 중 남성은 71.5%(3927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의 인수 사실이 전해지자마자 두 생보사 설계사 조직에서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신한생명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실적 압박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새나온다. 외국계 생보사들 중에서도 유난히 영업성과를 강조해 온 오렌지라이프의 설계사 조직 운영 기조가 이식되면서 전반적인 영업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염려다.
반대로 오렌지라이프 설계사들은 영업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줄어들까 염려하는 눈치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오렌지라이프는 장기 시책 정책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설계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며 영업을 독려해 왔다. 오렌지라이프 현장 모집인들은 신한금융이 이와 같은 수당 제도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에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이 가시화하는 시점을 전후해 대량의 설계사 이탈 행렬이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보면 두 생보사 소속 설계사는 총 1만2569명에 이른다. 이는 생보업계 빅3인 삼성생명(3만7721명)과 한화생명(1만8636명), 교보생명(1만7093명)에 이어 큰 규모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인수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고성과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이직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생보업계에서는 대면 채널이 영업의 중심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감안하면 완전한 통합 전까지 설계사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얼마나 관리를 잘 하느냐가 향후 양 사의 최대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