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보험료 인상 언제? 국감 앞두고 손보사 눈치싸움
계절적 요인에 정비 수가 상승 '이중고'…"보험료 조정 불가피"
"사업비부터 줄여라" 금융당국 압박…손해율 악화에 셈법 분주
자동차 보험료 인상 시기를 두고 손해보험사들 사이의 눈치싸움에 불이 붙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다 국회 국정감사까지 다가오면서 자칫 여론이 악화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손보사인 삼성화재가 총대를 메고 나설지 주목되는 가운데 자동차 보험에서의 실적 악화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마음은 점점 급해지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손보사들의 자동차 보험 영업 손익은 31억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2162억원의 이익을 냈던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폭설과 한파 등으로 자동차 사고가 늘면서 1분기에만 392억원의 영업 손실을 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손보사들은 이 같은 계절적 요인에 더해 자동차 정비 수가까지 오르는 만큼 보험료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는 약 8년여 만에 표준시간 당 적정 정비요금을 2만8991원으로 평균 2.9% 인상하기로 지난 7월 결정했다.
손보업계는 이에 따른 손해율 상승 등을 고려해 자동차 보험료를 3~4%는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중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관련 상품에서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이미 올해 상반기 손보사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평균 83.9%로 1년 전(80.4%)보다 3.5%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 이상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손보사들이 가격을 올리기 전 사업비부터 절감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현행 규정만 놓고 보면 손보사는 자동차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지만, 자신들에 대한 감독권과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손보사들로서는 여론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의무보험인 특성 상 자동차 보험료는 고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다. 더욱이 다음 달은 국회 국감 시즌이어서 한층 소비자들의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런 와중 손보업계 1위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조만간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정비 요금과 최저임금과 관련해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고, 이를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며 "그 시점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다른 손보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재정적 여력이 적은 중소형 손보사들로서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셈법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보험 실적 자체도 대형사들에 비해 좋지 않은 현실이어서 보험료 인상은 이들에게 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6월 삼성화재(81.0%)와 현대해상(80.0%), DB손해보험(82.6%), KB손해보험(82.8%), 메리츠화재(77.4%) 등 손보 빅5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모두 같은 기간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반면 흥국화재(93.2%)와 MG손해보험(91.6%), 롯데손해보험(86.8%) 등 중소형 손보사들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이를 훨씬 웃돌았다. 그 만큼 자동차 보험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명분은 충분히 갖춰진 상황으로 보이고, 관건은 결국 그 폭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그 동안의 경험과 정황 상 삼성화재가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고 나설 경우 다른 곳들도 이에 뒤따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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