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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에 긴장하는 화장품업계…'그루밍족' 공략 속도


입력 2018.10.07 06:00 수정 2018.10.06 20:37        손현진 기자

"여성스러움을 거부한다" 화장품 파괴·인증 물결

'그루밍족' 증가에 남성 화장품은 연간 30% 성장 예측

 '그루밍족'의 증가로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일각에서는 사회의 미적 기준에서 탈피하기 위한 '탈코르셋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탈코르셋 인증을 위해 화장을 부수고 있는 한 여성 유튜버 방송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그루밍족'의 증가로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일각에서는 사회의 미적 기준에서 탈피하기 위한 '탈코르셋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탈코르셋 인증을 위해 화장을 부수고 있는 한 여성 유튜버 방송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외모를 꾸미는 데 투자하는 '그루밍족'의 증가로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사회의 미적 기준에서 탈피하기 위한 '탈코르셋 운동'이 벌어져 대비를 이루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은 짙은 화장이나 긴 생머리처럼 사회적으로 주입된 '여성스러움'에서 탈피해 주체성을 찾자는 취지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미적 기준들이 마치 코르셋을 입은 것처럼 여성들을 옥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탈코르셋에 동참하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올리는 '인증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평균적인 남성들의 머리모양처럼 긴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을 찍은 뒤 '#탈코르셋_인증' 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공유하는 식이다.

화장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자기가 가진 색조 화장품들을 부수고, 내용물을 모두 비워내 다시는 쓸 수 없도록 한 사진들이 탈코르셋 인증 대열에 등장하고 있다.

업계도 이같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한 로드숍 관계자는 "주 소비층에서 화장품을 파괴하는 행동이 확산돼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성평등이 사회적 화두가 된 흐름 속에서 각자가 선택한 일이기에 존중하는 입장"이라며 "남에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문제시 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다. '화장은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는 데다, 유명 유튜버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화장법이 주목받으면서 스킨케어와 색조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남성들의 수요가 늘어서다.

남성 화장품 '스니키' 선크림 모델컷. ⓒ애경산업 남성 화장품 '스니키' 선크림 모델컷. ⓒ애경산업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0년 7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806억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에는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에서는 지난해 남성 고객의 화장품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가 45만원을 기록해 여성고객 1인당 구매금액인 36만원보다 25% 가량 상회하기도 했다.

시장 성장세가 구체화되면서 올 들어 패션·뷰티업계에서는 신규 남성용 화장품 론칭이 잇따르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8월 남성 스타일링 브랜드 '스니키'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인 스니키(SNEAKY)는 '엉큼한', '몰래 하는'이라는 의미로, 티 안나게 잘생겨지길 원하는 18~24세 남성을 타깃으로 했다.

LF는 지난달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를 선보였다. LF의 주력 브랜드 헤지스의 남성 화장품 라인으로 의류와 액세서리, 뷰티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론칭한 신규 브랜드는 이전에 비해 세분화된 타깃 연령대는 물론 다양해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변화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스니키는 8000원부터 1만원대까지 가격을 구성해 타깃층인 1824 남성들의 부담감을 줄였다. 파라벤 등 5가지 우려 성분을 제외하고 피부자극 테스트를 거치는 등 품질에 신경썼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LF의 '룰429'는 남성의 피부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빅데이터에 기반해 29~42세 남성들의 피부 고민을 독자성분으로 해결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도 LG생활건강의 숨37°이 '디어 옴므 올인원 크림 이종석 에디션'을,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와 미샤가 각각 '모던 옴므'와 '맨즈큐어' 라인을 선보이며 남성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H&B스토어 올리브영 관계자는 “남성화장품은 올해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 상반기 그루밍 트렌드를 봤을 때, 과거 ‘올인원’ 화장품 등 특정 카테고리에만 몰렸던 남성 고객의 수요가 최근에는 성별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확장될 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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