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이번 방문이 유커 귀환 신호탄 되길”
중국 여전히 가장 큰 매출처…중국 정부의 롯데 제외 정책은 우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최대 규모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국내 면세점을 찾았다. 면세점 큰 손의 귀환에 면세업계는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한국 단체 관광을 막았던 중국 정부가 기업 단위 단체 관광을 허용한데 대해 업계는 ‘유커 전성시대’의 신호탄이 될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을 찾은 중국 한아화장품 임직원 800여명은 23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방문했다. 2016년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한 이후 최대 규모의 단체 여행객이다.
신라면세점 앞 대형 주차장은 이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와 개별 여행객들의 차량으로 뒤엉켜 혼잡한 모습이었다. 이들을 태운 총 25대의 관광버스는 순차적으로 도착해 관광객들을 내려 놓고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한 번에 20여의 관광버스가 몰릴 경우 면세점 매장은 물론 주차장 혼잡이 극심해질 것을 우려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두 시간에 걸쳐 신라면세점 쇼핑을 즐겼다.
단체 관광객 도착 전부터 붐볐던 면세점 매장은 이들의 등장으로 더욱 혼잡해졌다. 신라면세점 대부분의 직원들이 현장 지원에 나섰고, 각 브랜드 또한 판매직원을 총 동원했지만 화장품, 시계 등 일부 매장은 긴 줄이 이어졌다.
이들 단체 관광객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것은 화장품이었다. 수입 화장품을 비롯해 국내 매장에도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계 매장과 잡화, 패션, 건강식품 매장에도 관광객들의 방문이 계속됐다.
신라면세점 측은 “단체 관광객 방문에 대비해 브랜드 판매직원은 물론 면세점 직원들도 현장에 지원을 나와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단체 관광객 방문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드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이래 대규모 여행객을 맞은 면세업계는 유커의 귀환에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그동안 유커의 빈자리를 보따리상들이 메워주고 있지만 이들의 경우 화장품 등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는 데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행사에 주는 수수료가 천정부지로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유커 유치에도 수수료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관광객이 증가할 경우 경쟁이 약화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 단체 관광객에 치우쳐 있는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고착된 매출 구조를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동남아나 중동, 일본 관광객 유치에도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의 이 같은 높은 기대감에도 중국 정부의 4불 정책으로 인해 롯데면세점 만은 우려가 크다. 중국 정부는 ▲대규모 광고·온라인 판매 제한 ▲전세기·크루즈 금지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호텔·백화점·면세점 이용금지 등 '4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한아화장품 임직원들의 방문 일정에도 롯데면세점은 제외됐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이 국내 면세점 매출 1위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4불 정책으로 인해 면세점을 비롯해 호텔, 백화점 등 롯데 계열사의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의 롯데 따돌리기 정책으로 롯데면세점은 당분간 단체 관광객 보다는 중국 개별 여행객을 공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문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도 이른바 깃발부대로 불리는 단체 보다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개별 관광객들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으로 주로 화장품 매장을 방문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다만 지난 17일 국내 유망 중소브랜드를 모아 만든 스타에비뉴 매장은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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