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견 “진정한 양심 존재여부 심사는 불가능”
전문가 “대체복무기간 길게 정해 단순 기피자 걸러낼 수 있어”
반대의견 “진정한 양심 존재여부 심사는 불가능”
전문가 “대체복무기간 길게 정해 단순 기피자 걸러낼 수 있어”
대법원이 1일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이 병역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양심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양심의 진정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병역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형사 처벌을 가하는 것은 소수자를 관용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다수 의견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 불이행에 다른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하고서 병역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집총 등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이행을 강제하고 처벌하는 건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제기됐다. 박상옥 대법관은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신념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기택 대법관은 “종교 신도가 늘어날수록 입대 군인이 줄어들고 군대가 결국 없어지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할 국가도 없어진다”면서 “더욱이 양심은 형사재판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군 당국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군 당국은 ‘양심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문제 제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복무기간 보다 더욱 길게하는 방안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긴 복무기간이라는 ‘패널티’를 감내한 것은 양심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국방부·법무부·병무청으로 구성된 합동 실무추진단은 현재 대체복무 기간으로 현역 복무대비 ‘1.5배’안과 ‘2배’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거세고, 대체복무 신청자가 상당수 몰리면서 자칫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만큼 현역 복무대비 2배 안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진석용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 대비 1.5배로 정하면 자칫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가 수천 명에 달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양심을 심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 심사기구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석용 교수는 이어 “대체복무 기간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대체복무 신청자 수를 조절하고 병역 기피자를 걸러낼 수 있다”며 “대체복무 기간은 향후 우리 안보상황 및 병력자원 현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이용석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과거 초창기에 대체복무제를 마련했던 나라들은 각종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도입해 개인의 양심을 평가하려고 시도했다”며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심사는 대폭 완화하되 대체복무기간을 어느 정도 길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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