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내 면세점 추가 설치…업체간 과당경쟁 유발
입국장 면세점 도입…현실 모르는 정책·실효성 의문
내년 시내 면세점 추가 설치…업체간 과당경쟁 유발
입국장 면세점 도입…현실 모르는 정책·실효성 의문
내년도 면세점 업계의 피 말리는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채 해소 되기도 전에 정부가 내년 시내 면세점 추가 설치 방안을 밝히면서 '제살깎기' 경쟁을 부축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15년 만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의 물꼬가 트였지만 증액 없는 면세한도와 담배를 제외품목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사드 보복의 여파로 '따이공(보따리상)' 위주의 기형적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점을 더 늘리는 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면세점 신규 출점이 아닌 관광객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신규 특허 요건을 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지자체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증가하거나,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 중 1가지 요건만 충족해도 신규 특허를 허용하기로 했다. 중소중견면세점은 상시 진입을 허용하되, 지역 여건에 따라 제한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입국장 면세점도 내년에 들어선다. 정부는 입국장면세점을 허용할 경우 검역통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줄곧 반대 목소리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 법안 검토를 지시하면서 해당 논란은 급물살을 탔고, 이번 본회의를 통해 설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출국시 구매한 면세품을 여행기간 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에만 입국장 면세점 운영 특허를 부여하도록 했다. 판매물품은 국산품 비중을 출국장 면세점 보다 높이고 면세점 인기 제품인 담배는 판매 품목에서 제외했다. 1인당 면세 한도가 종전의 600달러로 유지되면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내년 면세점 추가 설치를 앞두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규 면세점 추가 정책은 관광 활성화가 아닌 면세점 업계의 과당경쟁을 부축일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혜택이나 입점 브랜드 등에 있어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며 "면세 한도를 제한하는데다 입국장 면세점 자체가 갖는 강점마저 특별히 없다면 소비자들이 얼마나 찾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그 빈자리를 따이공이 채웠지만 아직 뚜렷한 회복세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문제는 이마저도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미 과포화인 서울 시내 면세점만 무한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15년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해 13개로 3년 만에 두 배 급증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내세운 것처럼 면세점 추가 설치가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국인 입국자 수는 826만8000여명에서 지난해 반토막난 439만4000여명을 기록했다. 올해 10월까지 입국자 수는 417만8000여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면세업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면세점 추가 설치가 아닌 현실에 맞는 정책 수립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수수료 경쟁을 하는 탓에 수익성은 하락하고 중소업체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아직 시장이 '정상화'하지 않았는데 면세점 추가 설치로 경쟁을 더 부추기기보다는 관광객을 늘리는 방안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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