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ANZ 베테랑 출신 응우옌 탄하이 소매영업본부장
“성과 위주 보다는 인재개발, 현지화 프로그램 등 장기적 관점 접근 유효”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ANZ 베테랑 출신 응우옌 탄하이 소매영업본부장
“성과 위주 보다는 인재개발, 현지화 프로그램 등 장기적 관점 접근 유효
베트남에서 금융맨들의 경제적 위상은 왠만한 사업체 오너와 비슷할 정도로 높다. 외국계 은행 과장급 이상 간부에게는 승용차와 운전기사가 딸려 나오고, 평범한 회사원의 연봉을 월급으로 받는다. 그만큼 자존심도 강하다. 소매금융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베트남의 금융자본 시스템을 올바로 이끌겠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다.
호찌민시에서 만난 응우옌 탄하이 신한베트남법인 소매금융본부장에게 한국계 은행 선택 이유를 묻자 “현지화 전략 방향이 마음에 들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 2016년까지 신한은행보다 실적이 우위에 있었던 호주계 ANZ은행에서 리테일 영업을 담당했다. 2017년 신한베트남이 리테일 부문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합류, 신한의 소매영업 현지화 전략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
응우옌 본부장은 “ANZ는 매년 실적을 리뷰해 이듬해 전략을 다듬는 등 단기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었고 결국 리테일 부문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며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직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올인하는 신한의 분위기에 신뢰가 간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 일고 있는 ‘금융 한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금융이 외국자본 유입 확대 시기에 여타 국가보다 의미있는 성장곡선을 그리는 위치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특히 한국기업들의 진출이 지난해부터 더욱 활발해져 기업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이 두터워지고 있고, 리테일도 K-팝 열풍에 박항서 감독 효과까지 더해지고 있어 영업환경이 더 없이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응우옌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신한이 외국계 은행 1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베트남에 투자해 온 것에 대한 결실”이라며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에서 파급되는 기회도 그러한 투자가 선행됐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베트남법인 전략 방향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플랜B’도 염두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한의 볼륨 확대가 리테일 금융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데 국가 위기가 현실화됐을 경우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세워놓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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