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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캄보디아 소액금융 넘어 우리은행 깃발 꽂는다


입력 2019.01.25 06:00 수정 2019.01.25 06:09        데일리안(캄보디아 프놈펜) = 부광우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성장판 다듬는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

올해 우리은행 현지 계열사 통합 '변곡점'…내년부터 은행 전환 본격화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성장판 다듬는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
올해 우리은행 현지 계열사 통합 '변곡점'…내년부터 은행 전환 본격화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데일리안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데일리안

"올해 양대 법인 통합을 마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은행 전환에 나서겠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이 캄보디아에서 그리는 미래 청사진은 명료했다. 같은 우리은행의 식구이자 먼저 진출해 있는 선배인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와 올해 중으로 한 몸을 이루고, 내년부터는 현재의 한계를 넘어 은행으로 새 간판을 달기위한 본격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WB파이낸스는 지난해 6월 우리은행이 기존 캄보디아 현지 금융사였던 비전펀드를 인수해 설립한 소액금융사다. 앞선 2014년 우리은행은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세우며 캄보디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김 부법인장은 "전산 통합과 향후 사업 계획 설정, 구체적인 일정 등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와의 합병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며 "현지 금융당국과 이를 잘 조율해 올해 안에는 통합을 마무리 짓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법인장은 WB파이낸스의 설립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당사자다. 우리은행이 비전펀드 인수에 눈독을 들인 가장 큰 이유는 현지 네트워크였다. WB파이낸스는 비전펀드가 가지고 있던 캄보디아 전역 106개의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물려받으면서 단숨에 전국 영업망을 갖췄다.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인 현지화 숙제를 단번에 해결한 셈이다.

김 부법인장은 "우리은행의 자본력만 본다면 캄보디아에서 바로 은행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현지화를 가장 먼저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우선 전국망을 제대로 갖추고, 체계 정착시킨 뒤 상업은행으로 가자는 선택을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는 한국과 달리 직접 차주들을 찾아다니며 대출 영업을 해야 하는 환경"이라며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지점망이 많다는 비전펀드의 장점은 인수의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비전펀드 인수로 얻게 된 이득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지화가 끝난 금융사를 인수하다 보니 캄보디아 당국이 올해부터 외국계 금융사들을 상대로 적용하려던 규제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김 부법인장은 "캄보디아는 사실상 미국 달러가 기본 통화로 사용되다 보니 금융사들의 여신도 대부분 달러로 이뤄져 왔는데, 이를 바꾸기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이 자국 통화 강화 정책을 펼치면서 올해 말까지 대출의 10% 이상을 현지 화폐인 리엘로 채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데 비전펀드 시절 이뤄진 여신 중 20% 이상이 리엘화 대출이어서 이 같은 규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연(왼쪽에서 네 번째) 부법인장 등 WB파이낸스 현지 직원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본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창연(왼쪽에서 네 번째) 부법인장 등 WB파이낸스 현지 직원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본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우리은행 인수 후 WB파이낸스는 말 그대로 날개를 달았다. 통해 비전펀드 시절보다 훨씬 저렴하게 사업 자금을 끌어올 수 있게 돼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사업을 해도 자연스레 수익성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됐다.

김 부법인장은 "우리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 능력이 확보되면서 공격적인 대출 사업이 가능해졌다"며 "이에 힘입어 조달 금리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예대마진이 크게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WB파이낸스는 내실화 작업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정리해야 할 요소들을 빠르게 털어내고 미래 성장에만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은행 출범을 위한 정지 작업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 부법인장은 "지난해 비전펀드가 과거 고금리로 차입했던 빚들을 만기 이전에 상당수 상환했다"며 "이로 인해 조기 상환에 따른 패널티를 200만달러 가량 지불하게 되면서 연간 순익은 400만달러 정도에 머물렀지만, 올해 실적은 지난해 대비 두 배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WB파이낸스는 본격적인 결실을 거둘 준비를 마치고 앞날에 집중하고 있다.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빠른 확장 속도에 맞춰 성장에 온 힘을 쏟을 때다. 그러면서도 김 부법인장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마음으로 사업을 키워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법인장은 "저조했던 금융 이용률이 이제 막 올라오고 있고, 젊은 인구가 많아 캄보디아 금융시장은 연 30%씩 자산 규모가 크고 있다"며 "이에 걸맞게 성장하면서도 꾸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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