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에 할인 및 선불카드 등 혜택 중첩…마케팅 비용이 매출 절반 육박
비용 감당 어려운 중소 면세점은 고사 위기…경쟁력 하락 악순환 반복
경쟁 심화에 할인 및 선불카드 등 혜택 중첩…마케팅 비용이 매출 절반 육박
비용 감당 어려운 중소 면세점은 고사 위기…경쟁력 하락 악순환 반복
방한 관광객과 내국인 유치를 위한 면세점 간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 단체 관광객의 빈자리를 보따리상들이 메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출혈 경쟁이 계속될 경우 면세점 산업 전체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면세업계와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72억3800만 달러(약 18조960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0년 전 30억달러에서 6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중국 정부와의 사드 배치 갈등으로 매출 비중이 큰 중국 단체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지난해 매출은 2017년과 비교해 30% 이상 늘었다.
하지만 매출액이 증가한 만큼 보따리상들에게 주는 송객수수료도 증가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지속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국 면세시장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상시 할인 시장으로 인식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객수수료 규모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는 1조2000억~3000억 규모로 불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등 신규 면세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한 때 송객수수료율이 매출의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보통 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수준으로 수수료율이 높아진 셈이다.
여기에 연중 진행하는 할인 이벤트와 최근 경쟁이 치열한 선불카드 등 비용을 종합하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올 들어서는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더욱 거세졌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온라인 상거래법을 시행해 중국 보따리상들에 대한 과세율을 높이면서 이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또 2월 면세점 업계의 최대 대목인 중국 춘제를 앞두고 저마다 할인 폭을 늘리고 선불카드 이벤트를 강화하는 등 관광객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겨울방학을 맞아 내국인 수요까지 아우르는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대기업 계열 면세점을 중심으로 출혈 경쟁이 잇따르다 보니 중견‧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 면세점들이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경우 이에 대응해 더 많은 송객수수료를 제공하거나 할인 폭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적자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관광객 유치가 어렵다보니 구매력(바잉 파워)도 낮아지고 명품 등 인기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도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면세점 지점별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전국 59개 면세점 중 42.4% 해당하는 25개 면세점의 매출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들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방한 외국인들의 쇼핑 코스가 대부분 명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 지역 위주로 짜여지기 때문에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강남권 면세점들은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늘어나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규모 면세점들은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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