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등록 비율 턱없이 낮아…예금 20%·적금 25% 그쳐
'기준 無' 은행이 자율 선택…고객 정보 제공 취지 훼손
상품 등록 비율 턱없이 낮아…예금 20%·적금 25% 그쳐
'기준 無' 은행이 자율 선택…고객 정보 제공 취지 훼손
은행연합회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겠다며 운영하고 있는 상품 정보 비교 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예·적금의 수가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 예·적금 4~5개 중 1개꼴에 불과할 정도다. 이는 별다른 잣대 없이 은행들이 알아서 내보이고 싶은 상품을 고르도록 하고 있는 구조 탓으로, 고객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이 판매 중인 예금 상품은 시장성 예금을 제외하고 총 60개로 집계됐다.
이중 은행연합회의 온라인 소비자포털 내 은행 상품 통합 비교 사이트에 등록돼 있는 예금은 12개로 실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20.0%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창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예금 5개 중 1개만 조회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적금 상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은행연합회의 상품 비교 정보에 올라 있는 4대 시중은행 적금은 34개뿐이었다. 이들이 팔고 있는 적금 상품이 135개인 것과 비교하면 25.2%로 4분의 1 수준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은행연합회의 해당 비교 시스템에 모든 은행들이 예·적금 상품을 등록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은행들로서는 경쟁사들과 직접 비교되는 공간에 굳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노출시킬 이유가 없는 만큼, 정보 등록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 문제는 어떤 상품 정보를 공개할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그 선택권마저 전적으로 은행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의 정보 비교 페이지에 등록돼 있는 상품들은 모두 당사자인 은행들이 선택한 것들이다. 은행들 각자가 금리나 혜택 등의 조건이 비교적 좋지 않은 상품들보다는 자신 있는 예·적금만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상품 비교 공시에 어떤 종류의 예금과 적금을 등록할 지는 은행의 선택"이라며 "반드시 이런 상품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식의 조건은 없지만, 통상 모집 기간이 제한돼 있는 특판 상품 등을 제외한 보편적인 예·적금들의 공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연합회가 제공 중인 상품 통합 비교 정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해당 시스템은 소비자들이 은행들의 예·적금 등 상품을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판매 중인 은행 상품들 전체가 아닌 일부의 정보만 볼 수 있는 실정이어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더불어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는 현실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판단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의 상품 비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핵심 정보는 금리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여러 은행들이 예·적금 상품에 적용하고 있는 이자율을 순서대로 나열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올릴 상품을 은행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만큼, 저마다 금리 면에서 유리한 예·적금 위주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할 경우 착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제대로 된 상품 비교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기준과 필수 공시 사항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은행별로 통일된 정보가 모여야 의미 있는 상품 비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품 비교 시스템의 경우 일관된 정보 수집이 핵심"이라며 "전 상품에 대한 공시가 불가능하다면 가입 규모 등을 기준으로 상위 몇 개 이상의 상품은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는 등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