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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꿈틀' 은행 저금리 공격영업 가속


입력 2019.05.31 06:00 수정 2019.05.31 06:11        부광우 기자

이자율 3% 미만 대출 38.6%…한 달 새 26.6%P↑

은행 간 금리 경쟁 심화 조짐…가계 빚 부담 점증

이자율 3% 미만 대출 38.6%…한 달 새 26.6%P↑
은행 간 금리 경쟁 심화 조짐…가계 빚 부담 점증


국내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연 금리 3% 미만 비중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서 이자율이 3%에 미치지 못하는 저금리 대출 비중이 한 달 만에 세 배 넘게 늘어났다. KEB하나은행은 아예 주택담보대출 전체 평균 이자율이 2%대로 떨어졌다.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금리 경쟁도 가속화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가계 대출이 다시 불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달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국내 4대 은행들이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에서 연 이자율 3% 미만 대출이 차지한 비중은 38.6%로 전월(12.0%) 대비 26.6%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 만큼 은행들의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실행이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3% 미만 금리 대출의 비율은 40.5%에서 75.8%로 35.3%포인트나 올랐다. 즉, 지난 달 하나은행이 내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4분의 3 이상은 이자율이 2%대였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들도 빠르게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 이자율이 3%에 미치지 못한 대출 비중 역시 1.4%에서 50.0%로 48.6%포인트 상승했다. 이밖에 신한은행도 3.7%에서 13.8%로, 국민은행 역시 2.5%에서 14.7%로 각각 10.1%포인트와 12.2%포인트씩 연 금리 3% 미만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택담보대출의 전반적인 이자율도 상당히 낮아졌다. 조사 대상 은행들이 지난 달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전체 평균 금리는 3.07%로 전월(3.17%) 대비 0.10%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하나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은 2.89%를 나타내며 2%대까지 떨어졌다. 이밖에 우리은행(3.05%)과 신한은행(3.12%), 국민은행(3.22%)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3%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런 와중 주택담보대출의 실행 규모 자체도 늘고 있다. 낮아진 이자율과 수요가 맞물린 효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대한 은행들의 저금리 공세가 통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9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조9000억원이 증가했던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그 사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줄곧 2조원 대를 유지해 왔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꿈틀거리고 있는 그 배경에는 수도권 주택분양·입주 관련 집단대출이 있다는 해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자금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 분양·입주 관련 집단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중 절반이 넘는 2조원 이상이 집단대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둔화세를 유지해 오던 가계부채 증가폭이 다시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540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통계다.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올해 1분기 중 가계신용은 3조3000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액은 전 분기(22조8000억원)와 전년 동기(17조4000억원)에 비해 축소된 규모다. 1분기 증가폭 기준으로는 2013년 1분기(-9000억원) 이후 최소다. 이중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 말 1451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1446조6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자금을 융통하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고 이자율도 낮아져 관련 대출의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며 "더불어 경기 침체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어, 이미 1500조원을 훌쩍 넘은 가계 빚이 다시 불어나며 우리 경제의 부담을 키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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