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위원장 내정, 계파 논리와는 전혀 무관
판사 출신 주호영 의원, 또다른 역할 맡겨질 듯"
"4선 경륜의 변호사, 치우침 없이 다룰 적임자"
19대 국회 이어 연속으로 사개특위위원장 맡아
유기준 의원이 자유한국당 몫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에 내정됐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23일 "유기준 의원은 4선의 오랜 의정활동 경륜을 갖춘 변호사 출신"이라며 "전문성을 가지고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현안들을 치우침 없이 균형 있는 시각으로 다룰 적임자"라고 내정 사실을 알렸다.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유 의원은 변호사 출신의 4선 의원이다.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했다. 국내 해상법(海商法) 학계의 태두(泰斗) 송상현 서울법대 교수에게 사사해 해상법 전문변호사로 명성을 떨쳤으며, 이러한 연유로 해수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내정을 계기로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연속으로 사개특위 위원장이라는 중임을 떠맡게 됐다.
이날 내정 사실이 발표된 직후, 유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사개특위만 맡으면 모르겠지만, 특히 선거제를 다룰 정개특위와 맞물려 있어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상당한 각오를 하고 있으며, 생각을 잘 가다듬어보겠다"고 밝혔다.
'방미단' 명단서 막판에 빠지면서 예상됐던 결과
한국당내 드문 '순수 변호사' 출신이 가점 된 듯
유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장 내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측면이 있다. 앞서 유 의원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초당적 방미단' 명단에 포함됐으나, 민주당이 정개특위를 선택한 직후 명단에서 빠졌다. 한국당 몫이 된 사개특위 위원장 후보군에 올랐음을 유추할 수 있던 대목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개특위 위원장을 내정할 때까지, 나경원 원내대표의 고민이 매우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제도에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특위가 다뤄야할 사안의 직접당사자가 아닌 적임자를 쉽게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나 원내대표가 "두루 전문성이 있고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분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던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번 사개특위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핵심 의제이기 때문에 검찰·경찰 출신은 직접당사자가 된다. 또 법원개혁도 논의될 수 있으며, 특위에 상정된 공수처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간접적으로 법원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사개특위 위원장은 전통적으로 판·검사 출신이 아닌 순수 변호사 출신이 맡아왔다. 민주당에서 직전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성호·이상민 의원도 순수 변호사 출신이다.
유 의원은 서울법대 재학 중 반(反)유신 활동 전력이 문제가 돼, 24회 사법시험에서 2차까지 합격하고서도 신군부가 이례적으로 3차 면접에서 낙방을 시켰다. 이듬해 25회 사법시험에서 합격했지만, 군법무관 임용에서 불이익을 겪으면서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이러한 고초를 겪으며 유 의원은 판·검사 임용에 뜻을 접고 미국 유학을 다녀와 해상법 분야를 개척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학생운동·인권활동 등으로 순수 변호사 출신이 즐비한 범여권과는 달리, 한국당에는 주로 검사 출신 율사 의원들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도 판사 출신"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드문 순수 변호사 출신인 유 의원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개특위위원장 내정, 계파 논리와는 전혀 무관
판사 출신 주호영 의원, 또다른 역할 맡겨질 듯"
민주당이 3선에 직전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을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전진배치하면서, 나 원내대표는 4선의 유기준 의원과 주호영 의원을 최종 후보로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제와 공수처 논의는 지난 패스트트랙 강행 사태 이후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사개특위 위원장은 정개특위 논의의 진척 상황을 살펴가며 특위의 논의를 풀고 때때로 조여야 할 정무감각이 요구되므로 4선의 중량감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사개특위 위원장 인선을 계파 문제로 바라보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한국당 관계자들은 손을 내저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번 유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장 내정은 계파는 전혀 고려 없이, 전문성과 순수 변호사 출신이라는 측면을 평가한 결과"라며 "흔히 계파로만 바라보는데, 유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같은 '황금돼지띠' 동갑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와 가까운 중진의원도 "나 원내대표가 동갑인 두 법조인 출신 4선 의원을 놓고 마지막까지 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며 "판사 출신인 주 의원에게는 당에서 또다른 역할이 맡겨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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