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징용공 판결‧화이트리스트 제외 두고 입장차만 확인
美 중재도 힘 없어…日 “미국에 우리입장 이해시킬 것”
日, 예정대로 2일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 처리 방침
韓日, 징용공 판결‧화이트리스트 제외 두고 입장차만 확인
美 중재도 힘 없어…日 “미국에 우리입장 이해시킬 것”
日, 예정대로 2일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 처리 방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일본과의 외교협상 테이블에서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일 양국은 이날 태국 방콕에서 가진 외무장관 회담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날 회담은 얼음장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오전 8시 45분께 먼저 입장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강 장관에게 손을 내밀었고, 강 장관은 약 7초 동안 말없이 고노 외무상의 손을 잡았다.
특히 정치인 출신인 고노 외무상은 기선제압을 하려는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강 장관을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 역시 딱딱한 표정으로 자료를 내려 보거나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고노 외무상은 한국에 대한 엄격한 자세를 나타내는 것처럼 험한 표정을 지었다”며 “입술을 꾹 다문 채 강 장관을 응시했다”고 묘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54분 간 열린 회담 이후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지만 일본 측의 반응은 큰 변화가 있진 않았다”며 “양측 간 간극이 아직 상당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재도 힘 잃어 …日 “중재 응하기보다 우리 입장 이해시킬 것”
전날 미국이 한일 양국에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한국에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고 일본에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지위를 유지하라고 주문했었다. 하지만 한일 양측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양자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종종 미국의 개입을 통해 해결해왔으나, 이번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이 채널마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난 31일 미국이 중재 시그널을 보내자 ‘미국에 중재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생각을 이해시키고, 문제 해결을 강요할 방침’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수출 관리 운영 검토는 미국 등 관련국에 설명을 해왔다”며 “조용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결코 바꾸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日,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韓, 지소미아 폐기 검토로 응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2일 각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예정된 2일이 아니라 다소 연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지위 유지를 요청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서다.
이날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은 한일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이 나쁘다고 생각해왔다”며 “그러나 아베 정권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미국의 입장은 ‘일본도 나쁘다’는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역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강행할 경우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중단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일 각의에서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원인이 안보 상의 이유로 취해진 거였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 (협력)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일에는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 시점에는 일본 각의가 이미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럴 경우 미국은 그럼에도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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