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대 ERA 투수들…후반기 어떻게 버텼나
시즌 중반 지난 현재 1.45 평균자책점 유지
1점대 투수들 대부분이 후반기도 특급 페이스
류현진(32)의 1점대 평균자책점이 꾸준히 유지되면서 앞선 특급 투수들의 후반기 기록 관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시즌 22경기에 출전한 류현진은 12승 2패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 중이다. 시즌 일정의 3분의 2를 지난 시점임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페이스임에 분명하다.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기량을 논할 때 1순위로 꼽히는 기록이다. 아무리 승수와 탈삼진 개수가 많다 하더라도 평균자책점이 높은 투수는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에 근접하지 못한 사례가 허다했다.
반면, 승수가 적어도 평균자책점이 낮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수상의 경쟁력을 갖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0승에 그치고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앞세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제이콥 디그롬이 좋은 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라이브볼 시대(1920년 이후) 기준으로 봤을 때 1968년 밥 깁슨(1.12 ERA)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마운드를 낮추며 본격적인 현대 야구에 접어든 1969년 이후로만 놓고 보면 최상단에 위치한다. 결코 깰 수 없다고 평가된 1985년 드와이트 구든(1.53 ERA)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시즌은 아직 50여 경기나 남아있고, 류현진 역시 최대 8경기 정도 더 등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균자책점은 이닝이 거듭될수록 낮추기 어려운 반면, 한 경기만 삐끗해도 치솟을 수 있는 분야다.
2000년대 들어 1점대 평균자책점은 총 8차례 나왔다. 클레이튼 커쇼가 유일하게 두 차례 작성했고, 시즌 종료 기준 가장 낮은 수치는 2015년 잭 그레인키(당시 LA 다저스)의 1.66이다.
대개 시즌 후반기로 향할수록 체력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평균자책점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특급 투수들의 대부분은 마지막까지 컨디션을 유지하며 역사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8번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들 중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진 투수는 2005년 로저 클레멘스다. 당시 클레멘스는 전반기를 1.48의 평균자책점으로 보낸 뒤 후반기 2.42로 부진(?)했다. 물론 2점대 중반의 수치 역시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종반으로 갈수록 힘을 낸 투수는 2015년 제이크 아리에타(당시 시카고 컵스)다. 아리에타는 전반기 2.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0.75의 말도 안 되는 수치를 찍으며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잭 그레인키를 제치고 역전에 성공했다.
그레인키의 경우 꾸준히 1점대 초중반을 유지하다 8월 이후 두 달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30까지 낮췄던 수치가 상승하고 말았다.
류현진의 후반기는 순조롭다. 5경기를 치른 현재 33.2이닝 동안 0.53의 평균자책점으로 오히려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사이영상을 넘어 역사에 도전하는 그의 레이스에 경외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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