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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북 이슈···철도테마주 상승장 ‘역풍’ 경고음


입력 2019.11.20 06:00 수정 2019.11.20 09:03        백서원 기자

트럼프 화해 손짓에 최대 7% 급등…북한 냉기류에 다시 하락

실적·경영과 무관한 주가 등락, 현대로템 등 적자 행진 우려

트럼프 화해 손짓에 최대 7% 급등…북한 냉기류에 다시 하락
실적·경영과 무관한 주가 등락, 현대로템 등 적자 행진 우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양국간 합의 불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양국간 합의 불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른바 ‘남북경협’ 테마주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남북철도주가 주목받고 있다. 북미가 대화 재개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주가 변동성 장세를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대로템은 전장 대비 2.67% 내린 1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함께 ‘남북철도주’로 묶인 대아티아이(-2.91%), 에코마이스터(-3.88%), 부산산업(-2.04%), 푸른기술(-1.36%) 등이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이들 철도주는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보자(See you soon)”고 말하며 적극적인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다. 이날 현대로템(2.74%), 대아티아이(2.65%), 에코마이스터(7.03%), 부산산업(3.31%), 푸른기술(6.03%)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다음날 북한이 “적대정책 철회”를 강조하면서 냉기류가 흐르게 됐다. 김영철 북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19일 미국을 향해 대북적대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국무성 고문은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북미가 대화 재개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자 남북경협주로 분류된 종목들도 출렁이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선 금강산 관광, 철도, SOC(교량, 터널) 분야의 경협 테마가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9월 북한 철도사업의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철도주가 재차 부각됐다. 하지만 이들 종목 대부분은 실적·경영과 무관한 주가 상승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로템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6372억원, 영업손실 966억원을 거두며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영업손실 117억원을 큰 폭으로 하회한 수치다. 지난 9월 23일 2만800원이었던 주가는 두 달 만에 20% 넘게 하락했다. 기관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단 1거래일(11월 15일)을 제외하고 연속 매도하며 하락세에 불을 지폈다.

이날 한국신용평가가 현대로템에 대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것도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한국신용평가는 실적 불확실성 확대와 대규모 영업손실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등을 거론했다. 다만 우수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신용 등급의 추가적 변경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증권가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핵심사업인 철도부문의 수익성 확보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며 “외형 증가와 생산인력의 자연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줄고 있지만 현재의 수익성 수준에서는 많은 수주잔고가 오히려 투자심리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대북 철도사업이 현실화 될 경우 현대로템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주가 변동성으로 밸류에이션 측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지속적인 적자, 재무구조 악화로 신종자본증권 1500억원을 발행했다면서 “본업가치와는 무관한 남북 철도 경협 이벤트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로 정량적 밸류에이션이 불가하다”고 봤다.

에코마이스터도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회사의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높아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영업현금 창출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재무부담은 매우 과중한 수준”이라며 “내부적으로 창출한 잉여현금을 기반으로 재무안정성을 추세적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경협 수혜로 주가가 급등하자 대주주 등이 주식을 팔아치워 거액의 차익을 실현한 사례도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경협주가 조정을 받기 직전 주요주주들이 고점에서 먼저 주식을 내다파는 일이 잇따랐다.

대아티아이의 경우도 최대주주인 최진우 대표이사가 지난 6월 1일에서 7일 사이 보유주식 42만3817주를 팔아 약 44억원을 현금화했다. 이 회사 개발부문 사장 역시 보유주식 14만주 전량을 처분했다.

남북경협주의 경영진들이 이미 충분한 차익을 누렸지만 국제 정세가 불확실한 만큼, 투자자들은 반짝 상승장을 유의해야 할 전망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남북한 경제협력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대주주들이 재빨리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며 “일부 종목은 회사에서조차 사업 계획이 없지만 시장에서 경협주로 분류돼 주가가 치솟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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