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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마지노선 임박…한화생명이 국회만 바라보는 사연


입력 2020.02.27 05:00 수정 2020.02.27 12:5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 30% 육박…제한선 턱밑 근접

저금리 속 투자 해법 골몰…관련 개정안 통과 여부 촉각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비율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비율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한화생명의 해외투자 규모가 국내 생명보험사들 중 유일하게 20조원을 넘어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해외투자 덩치가 불어나면서 그 비중이 금융당국이 정한 마지노선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으로, 가뜩이나 저조한 실적 속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활로를 찾던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 이번 달 열리는 국회에서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풀어주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일면서, 당분간 한화생명으로서는 누구보다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들이 갖고 있는 외화유가증권 자산은 총 110조4369억원으로 전년 말(97조8935억원) 대비 12.8%(12조543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별로 보면 한화생명의 해외투자 자산이 홀로 20조원 대를 기록하며 생보업계 최대를 유지했다. 한화생명의 외화유가증권 보유량은 같은 기간 24조4315억원에서 28조1683억원으로 15.3%(3조7368억원) 증가했다.


한화생명에 이어 교보생명의 외화유가증권 자산이 15조7846억원에서 22.5%(3조5444억원) 늘어난 19조3290억원으로 많은 편이었다. 또 삼성생명이 14조8576억원에서 16조7695억원으로, NH농협생명 역시 12조8349억원에서 13조4711억원으로 각각 12.9%(1조9119억원)와 5.0%(6362억원)씩 증가하며 외화유가증권 보유량이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에서도 한화생명의 해외투자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단지 액수가 제일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처럼 한화생명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보폭 확대에 주력하는 도중 운용자산 중 해외투자의 비중이 시나브로 현행법 상 한도인 30%에 육박하게 돼서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의 비율은 29.3%에 이르고 있다. 2018년 말(27.2%)보다 1.9%포인트 더 상승한 수치다. 이밖에 푸본현대생명(26.2%)·처브라이프생명(24.9%)·교보생명(22.7%)·동양생명(22.4%)·농협생명(21.4%) 등의 해외투자 비중이 20%를 웃돌았지만, 한화생명처럼 당장 투자 제한을 걱정해야 하는 생보사는 아직 없다는 평이다.


현재 보험업법은 외국통화와 외화증권, 외화파생상품, 외화채권 등 해외투자에 대한 보험사의 자산운용 한도를 운용자산의 30%로 규제하고 있다. 보험사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다가 대규모 손실이 나면 고객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은행들은 이 같은 외국환·파생상품과 연계된 직접 한도 규제나 투자 제한을 받고 있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온 조항이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보험사들이 일제히 글로벌 투자를 빠르게 키우고 있는 배경에는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띄게 되는데, 지난해부터는 한국은행도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이미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추가 인하를 점치는 관측은 여전한 현실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 국면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투자 장벽을 낮춰달라는 보험업계의 요구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극도의 실적 부진에 직면한 한화생명으로서는 마음이 더 급할 수밖에 없다. 투자 포인트로 잡아 오던 해외투자에 제동이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 개선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2억원으로 전년(4465억원) 대비 87.2%(3893억원) 급감했다.


그런데 이번 달 사실상 총선 전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보험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관련 개정안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이제 본회의 관문만 남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5월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이를 기회 삼아 생보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생보협회는 올해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면서 해외투자 한도 완화 추진을 핵심 내용으로 내세웠다. 현행법 상 30%인 해외투자 제한 비율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있어 보험사의 효과적 자산운용·투자는 물론, 산업 전반의 자율성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보협회 측은 "해외투자 한도 규제 완화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민 경제에 편익이 큰 법안"이라며 "20대 국회 중에 처리될 수 있도록 정무위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고, 21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법안 재발의 및 신속한 통과를 지원·촉구하겠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화 상태로 접어든 국내 시장의 여건 상 보험사들이 더 이상 상품 영업을 통해서는 성장이 어렵게 되면서 투자 성적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며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이 장기적으로 가입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는 만큼, 해외투자 한도 등 오랜 된 규제 장벽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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