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대비 환자 전세계 최고수준
저인망식 검사가 ‘치명률 착시’ 유발한다는 지적도
"현재의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면, 우리나라 대응은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 표준이 될 수 있다"
- 지난 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발언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적절치 않다"
- 10일 정세균 국무총리 발언
인구대비 코로나19 환자수를 감안하지 않은 정부 '자화자찬'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실상 비판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아직 아무도 낙관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위기의식이 결여된 보건 당국의 낙관적 전망에 대해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우리나라의 인구 1만 명당 코로나19 환자수는 1.42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10일에는 최근 환자급증에 직면한 이탈리아(1.5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단위 인구 당 환자(1.45명)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홍혜걸 의학박사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단위인구 당 '감염자' 숫자 세계 1위를 '검사자' 숫자 세계 1위라고 바꿔 놓고 정신 승리하는 분들이 제법 많다"며 "감염 의심자가 많아 검사자가 많은 원인과 결과를 입맛대로 바꿔 환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 최대 1만 7000건에 달하는 '저인망식 진단검사' 영향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는 정부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홍 박사는 이어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가 퍼지니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이상한 논리가 퍼진다"면서 "지금 미국 확진자가 3억5000만명에 400명이다. 우리는 5000만명에 7000여명이다. 인구대비 우리보다 122배나 작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능후 장관은 우리나라의 누적 검사건수가 19만 건에 이른다며 "한국에 환자수가 많은 것은 월등한 진단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사역량과 관련해 정부는 일본을 언급하며 '깜깜이 감염의 위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일본의 경우 적극적인 환자발견이 미흡하다"며 "환자 발생에 대한 역학적 연관성 파악이 부족해 일본 내 지역사회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내 코로나19 진단검사량은 지난 7일 기준 8029건으로 한국(18만 8518건)에 비해 현격히 적다.
정부는 선제적 예방차원에서 경증환자까지 검사 대상에 포함시켜 확진자가 크게 늘었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검사방식이 치명률 수치를 낮춰 '피해규모 착시'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많은 검사를 하면 증상이 없는 사람이 (검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이탈리아 사망률이 우리보다 높은 건 검사가 많아 착시효과로 (우리나라) 사망률이 낮아진 영향으로 본다. 증상이 있는 사람이 사망할 확률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