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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가계대출 사상 첫 500조 돌파…건전성 '시험대'


입력 2020.03.17 06:00 수정 2020.03.16 18:0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 2월 말 500.3조…두 달 만에 2조 넘게 늘어

12·16 부동산대책 역풍…코로나19로 위기감 증폭

국내 4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가계에 빌려준 돈이 올해 들어서만 2조원 넘게 더 불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 빚 확대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 은행 가계대출에서 불거진 연체 규모가 5년여 만에 가장 큰 수준까지 불어나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이하 코로나19) 역풍으로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여신 건전성을 둘러싼 위기감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500조3542억원으로 지난해 말(498조3096억원)보다 0.4%(2조44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보유량이 5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내준 가계대출이 같은 기간 147조9461억원에서 150조522억원으로 1.4%(2조1061억원) 증가하며 15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9조7203억원에서 118조9217억원으로 0.7%(7986억원) 줄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은행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이밖에 신한은행은 115조8748억원에서 116조4364억원으로, 하나은행도 114조7684억원에서 114조9439억원으로 각각 0.5%(5616억원)와 0.2%(1755억원)씩 가계대출 보유량이 늘었다.


최근 가계 빚 증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가계대출 증가량의 90%가까이가 주택담보대출에 쏠려 있을 정도다, 4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조사 대상 기간 363조3325억원에서 365조1647억원으로 0.5%(1조8122억원) 늘었다.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 확대 금액은 해당 기간 전체 가계대출 증가량의 88.6%에 달했다.


이처럼 올해 초 가계대출이 몸집을 키우는 배경으로는 지난해 말에 나왔던 12·16 부동산 대책의 역풍으로 해석된다.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결국 전세자금대금 규제까지 강화하고 나서자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렸던 데다, 규제 직전에 발생한 주택거래에 따른 대출 수요도 많았다는 분석이다.


통상 주택 대출 규제의 영향이 시장에 나타나기까지는 2~3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계약 시점과 잔금 시점 사이에 괴리가 있어서다. 또 12·16 부동산 대책 직전에 거래를 마친 주택에 대한 대출이 최근에서야 실행된 경우도 상당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경기도에서 주택거래가 늘어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2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한국은행이 이에 대한 통계를 시작한 이후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안 그래도 가계대출의 질을 둘러싼 염려가 커지고 있는 와중 이 같은 후폭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4대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총 1조2284억원으로 전년 말(1조1725억원) 대비 4.8%(559억원) 늘었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 연체금은 1년 중 연말에 가장 축소되는 특징을 띄는데, 지난해 말 해당 액수는 2014년 말(1조5177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변수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도 함께 커질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기는커녕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부채만 계속 쌓이는 악순환 속 가계가 짊어지게 된 짐만 가중되는 형국이다.


글로벌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가 역대급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다. 노무라증권은 오는 6월까지도 코로나19 여파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2%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점쳤다. 노무라증권과 더불어 모건스탠리 역시 최악의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와 1.1%까지 내려 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 가계부채 증가 추세가 도리아 가팔라지고 있다는 측면은 매우 염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저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 빚 확대가 계속되는 와중, 예상보다 깊은 경제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대출 상환 능력 악화가 현실화할 경우 차주는 물론 금융사들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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