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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 이찬원, 행사의 왕이 될 상인가


입력 2020.03.17 08:20 수정 2020.03.17 08:10        하재근 문화평론가 ()

영탁, 뉴트로트 행사에 최적의 경쟁력 보유

이찬원, 그친숙하고 정겹고 구수한 느낌 구현

미스터트롯에서 선을 차지한 영탁(왼쪽)과 미를 수상한 이찬원ⓒTV조선 화면캡처 미스터트롯에서 선을 차지한 영탁(왼쪽)과 미를 수상한 이찬원ⓒTV조선 화면캡처

영탁은 결승전 작곡가 미션에서 ‘찐이야’를 불렀다. 영탁의 실력이 ‘찐’이라는 걸 증명한 순간이었다. 오디션 도전자가 아닌 기성가수 축하무대처럼 보였다. 그만큼 안정감이 있었고, 대형무대에 짓눌리지 않는 존재감도 인상적이었다. 듣는 이의 귀에 꽂히는 영탁의 발성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찐이야’는 전형적인 요즘식 신나는 트로트, 즉 뉴트로트다. 90년대에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댄스혁명이 터진 후, 그에 대한 2000년대 트로트의 응전이 장윤정, 박현빈의 뉴트로트였다. 이것이 요즘 사람들의 감성과 맞아떨어져 뉴트로트의 선두주자들이 행사의 제왕이 되었다.


이번 결승 무대는 영탁이 바로 그런 뉴트로트 행사에 최적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노래 실력과 안무 소화력, 현장을 휘어잡는 발성, 무대매너 등이 어느 행사장에서도 열악한 조건과 상관없이 흥을 돋을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 평가에서 최저점이 81점으로 나온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정도의 현장 라이브가 81점이면 도대체 그 기준이 누구란 말인가?


영탁은 인생곡 미션에서 이미자의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불렀다. 대중적이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내‘나 ’막걸리 한 잔‘ 같은 노래를 선곡했으면 더 큰 호응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을 선택한 건 영탁이 처음부터 경쟁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탁은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자신이 가벼운 이미지가 됐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미스터트롯’에 지원했다고 했다. 실제로 영탁이 등수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건 ‘미스터트롯’ 진행과정에서 영탁의 표정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목이 집중된 결승전에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영탁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면서 영탁이 나훈아의 맥을 잇는, 다재다능한 트로트 뮤지션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트로트적인 맛을 트로트답게 잘 내면서 현장 공연에 최적화된 완성형 가수다.


이찬원은 작곡가 미션에서 ‘딱!풀’을 불렀다. 여기서 이찬원만의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났는데, 바로 구성짐이다. 노래 자체는 ‘찐이야’처럼 뉴트로트 스타일인데 그걸 소화하면서도 그 안에서 이찬원만의 구성지고 구수한 느낌이 구현됐다.


요즘 중노년 세대 사이에서도 이찬원의 인기가 심상치 않은데, 거기엔 이런 구성진 느낌이 한 몫 했다. 귀여운 청년이 구성진 가락을 뿜어내는 것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웬만한 뉴트로트 기성 가수들보다 이찬원의 목소리가 더 ‘올드’하다. 한 물 갔다는 의미의 올드가 아니라, 그만큼 전통적인 맛이 있어서 친숙하고 정겹다는 뜻이다.


인생곡 미션에서 부른 ‘18세 순이’에서도 그런 구성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노래는 열창하면서 가창력을 뽐내거나 눈물의 감동을 줄 만한 노래가 아니어서 오디션 경연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엔 불리한 선택이다. 하지만 일반 행사장이라면, 그런 행사장에서 두 손 모아 긴장하면서 노래를 감상하진 않기 때문에 ‘18세 순이’처럼 부담 없이 흥겨운 노래가 더 사랑받는다.


이찬원이 그런 흥겨움을 구현하는 데는 최적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구수한 느낌의 목소리와 민요가락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능숙한 꺾기가 한국적인 흥겨움을 만든다. 원래 일본에서 들어온 식민지 시절 트로트의 원형은 꺾기가 없는 슬픈 노래였는데, 한국 민요와 결합해 꺾기가 강화되고 한국식의 흥겨운 축제음악이 됐다. 이찬원 목소리엔 바로 그런 한국식 트로트의 구수함과 흥겨움이 있다.


영탁, 이찬원, 모두 어떤 악조건에서도 현장 관객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트로트 흥 제조기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 모두 행사의 왕이 될 상이라고 하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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