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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 2020 도쿄올림픽…개최 취소·연기 난맥상


입력 2020.03.18 07:41 수정 2020.03.18 07:42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코로나19 사태 속 7월말 정상 개최 사실상 어려워

내년 이후로 미루면 타 종목과도 이해관계 상충

아베 총리는 2016 리우 올림픽 폐막 당시 슈퍼마리오로 분할 정도로 도쿄 대회 성공 개최에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다. ⓒ 뉴시스

정상적으로 개최를 해도 문제,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된 2020 도쿄 올림픽이 일단 예정대로 7월 개최를 목표로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연 뒤 성명을 내고 "IOC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전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IOC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이 도쿄 올림픽 준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회 개막까지 4개월 남은 지금, 어떠한 추측도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IOC는 모든 선수가 도쿄 올림픽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계속 준비하라고 독려한다. 현재 57%인 출전 선수 선발도 완료하기 위해 국제 경기 연맹(IF)과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전날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서 7월 말 개최를 호소했고, 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 역시 정상 개최의 바람을 지속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바람과 달리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촌의 시계가 그야말로 정지 상태에 이른 상황이다. 스포츠 역시 각 종목 리그와 대회들이 중단되거나 개막, 개최를 연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감염병임을 감안할 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 규모의 이벤트를 치른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현실은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부흥 올림픽’ 기치를 내건 일본은 이번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올인’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자국 내 안전을 대내외에 홍보함과 동시에 경제적 부흥을 과시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이에 이번 올림픽에 쏟아 부은 돈도 천문학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약 1조 600억 엔(약 12조 원)의 예산을 올림픽 인프라 구축 및 간접 비용에 투입했다. 그리고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에는 도쿄도와 조직위원회 예산을 묶어 무려 2조 100억 엔(약 22조 원)이 책정됐다.


만약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지금가지 쏟아 부은 돈이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지는 셈이며, 이미 만들어놓은 경기장과 인프라도 불명예를 간직한 시설물로 영원히 남게 된다.


그러면서 고개를 든 시나리오가 바로 개최 연기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올림픽 1년 연기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추진이 급물살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 연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취소 결정보다 더욱 복잡다단한 과정들을 내포하고 있어 선택에 손이 가기 어렵다.


2020 도쿄 올림픽은 하계 대회라는 특성상 야외 종목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겨울 개최는 어렵기 때문에 연내 연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카드다.


올림픽 개최를 내년 이후로 미룰 경우 진출권을 따낸 선수들이 계속해서 최고 기량을 유지할지 의문이다. ⓒ 뉴시스

내년 또는 2년 뒤로 미뤄도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일단 2021년 7월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일본 후쿠오카)가 열리고 8월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미국 오리건)가 열린다. 올림픽 개최 시기와 맞물리는데 이들 세계연맹들이 이미 계약돼 확보된 중계권, 입장권 등의 수익을 포기할리 만무하다.


2년 뒤는 더더욱 어렵다. 2022년에는 2월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겨울에는 FIFA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해다. 여기에 9월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까지 계획되어 있다.


올림픽이 최상위 대회이긴 하지만 각 종목 연맹과 개최국(또는 도시)의 반발이 불 보듯 빤하기에 IOC 역시 무리수를 두기가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최 연기를 밀어붙여 끝내 타 대회에 영향을 준다면, 일본을 지나치게 감싼다는 의혹과 함께 스캔들로도 번질 수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치명적 결함이 발생한다. 최소 1년 뒤로 개최를 미룰 경우, 현재 올림픽행 티켓을 따낸 선수 또는 팀이 그때까지 최고 수준의 기량을 유지할지 의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2년 뒤 개최는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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