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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를 '투자신호'로 받아들이니"…동학개미에 금융당국 골머리


입력 2020.04.12 06:00 수정 2020.04.12 01:1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묻지마 투자말라" 경고에도 한달간 11조 매수 '청개구리 개미'

금융당국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와 다른 양상"

지난달 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12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개인투자자들이 11조1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을 막아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지난달 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12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개인투자자들이 11조1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을 막아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금융당국이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잇따라 "묻지마 투자는 안된다"며 이례적 경고를 보냈지만, 오히려 개미들의 매수행렬 거세지는 등 투자심리를 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개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1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테마주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자 금융당국이 투자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10일 마스크, 진단, 백신, 세장, 방역 등 코로나 테마주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경종을 울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코로나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 69개의 평균 주가변동률은 무려 107.1%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테마주 변동률(86.3%)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마스크 생산기업으로 잘못 알려진 A사는 단기간 주가가 300% 올랐다 급락했고, 또 체외진단기 생산업체를 자회사로 둔 B사는 주가가 100% 상승한 이후 실상이 알려지면서 하락세를 타기도 했다.


금융위는 코로나 테마주 50여개에 146회에 달하는 시장경보 조치를 했고,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테마주 2개 종목에 대해선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온라인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미확인 정보 유포는 매수 유인 목적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투자에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향후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개인투자자,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신규 투자자들은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높은 기대 수익률에는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할 것을 제언했다. 이른바 '몰빵투자'나 '묻지마투자'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소량 분할, 반복주문 등을 통해 주식매매를 유인하거나 주식매매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불공정거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투자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며, 단순히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결과는 모두 본인에게 귀속됨에 유의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투자열기가 자칫 개인의 큰 금전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고를 투자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청개구리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어 또 다시 경고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당국이 이례적으로 낸 경고를 '투자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의 흥분상태는 어느때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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