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공급 위기 2분기에 본격화
정유 4사, 1분기에 2조5천억 적자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석유제품 수요마저 줄어들면서 정유업계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산유국 간 ‘증산 경쟁’은 끝났지만, 수요 부진의 악재는 여전해 상반기까지 적자에 시달릴 것이라는 핏빛 전망마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2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 최대 적자를 냈던 지난 2014년을 넘어서는 규모다.
올해 정유사들의 적자를 부추긴 건 대규모 재고평가손실 때문이다. 정유사별 예상되는 재고평가손실 규모는 SK이노베이션 7000억원, GS칼텍스 4500억원, 에쓰오일은 3000억원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통상 국제 석유시장에서 구입한 원유가 국내에 오기까지는 중동 두바이유 기준 약 20일이 걸린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가져오기로 계약한 날부터 제품을 판매하기까지의 기간을 재고로 간주하고 추후 비용에 반영한다.
이 기간 제품 가격이 원유 대금보다 더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는데, 유가 하락에 손실을 보게 됐다.
올 초 50달러 선에 달하던 유가는 20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유가 하락에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내려가 원가 부담은 줄었지만, 제품가격마저 큰 폭으로 떨어지며 손해가 컸다.
지난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아우르는 OPEC+는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 감산 합의에 성공했다.
유가 폭락을 부추기던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이 끝나면서 실적 회복의 기회를 찾았지만, 정유업계가 단기간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에 대한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동 제한에 따른 영향이 완벽히 사라지거나 유가의 급등이 나타나는 등 드라마틱한 개선 없이는 2분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정유사들이 경영 정상화에 따라 가동률을 일제히 끌어올리는 것도 악재로 작용 중이다. 중국 국영 정유업체인 시노펙 등은 이달부터 정체 처리량 상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정부의 가격 보전 정책 등에 힘입어 가동률 재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석유제품 가격 정책에 개입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거나 40달러 이하로 내려갈 때 추가로 제품 가격을 조정하지 않는 식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차원에서 석유제품 내수 소매 가격을 결정한다”며 “이번 유가 급락에도 중국 산동 지방의 티팟(Teapot) 업체들은 또 살아남은 바 있는데, 아시아 석유제품 장기 수급 개선도 더 멀어진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