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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은행 규제 완화…불붙은 가계 빚 부채질 우려


입력 2020.04.23 05:00 수정 2020.04.22 11:2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銀 가계대출 한 달 새 6.7조 늘어…역대급 증가 계속

강화 예고했던 예대율, 완화로 급선회…족쇄 풀린 은행들

국내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이 가계를 상대로 내준 대출 규모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7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6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은행을 통한 가계대출은 역대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와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당초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내놨던 규제의 끈을 풀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불붙은 가계 빚에 다시 부채질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이 보유한 가계대출 잔액은 총 619조9881억원으로 1개월 전(613조3080억원)보다 1.1%(6조680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이 같은 기간 150조522억원으로 152조5871억원으로 1.7%(2조5349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유지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가계대출이 118조9217억원에서 119조4999억원으로 0.5%(5782억원) 늘며 120조원 코앞까지 다가섰다. 또 신한은행 역시 116조4364억원에서 117조9252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14조9439억원에서 115조8146억원으로 각각 1.3%(1조4888억원)와 0.8%(8707억원)씩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농협은행도 112조9538억원에서 114조1613억원으로 가계대출이 1.1%(1조2075억원) 늘었다.


같은 달 국내 은행들 전체의 가계대출은 10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경신했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이 5대 은행에 쏠려 있었던 셈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늘어났는데,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전 최대치는 바로 전달에 기록했던 9조3000억원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과 비은행의 대출 대환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 7조8000억원에 이어 또 다시 6조3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여기에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가세하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1조5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확대됐다.


이처럼 가계대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예대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그 여파가 주목된다. 예대율은 은행이 확보한 예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을 일컫는 표현으로, 은행들이 조달한 예수금을 초과해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지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 예대율이 100%가 넘으면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경영에 적신호가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이 같은 예대율을 당분간 느슨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사의 부담을 줄여 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 여력을 넓힌다는 청사진이다. 우선 내년 6월 말까지 5%포인트 이내의 예대율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 등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가계 빚을 억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예대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예대율 관련 방침 급선회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대를 제한하고자 올해부터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 적용하기로 한 상태였다. 기존 예대율 마지노선이 그대로 지켜졌다면, 이 같은 가중치 차등은 은행 입장에서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예대율에 일정 부분 여유가 생기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특히 은행에게 있어 가계대출은 기업대출에 비해 위험이 낮은 여신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은행들의 가계대출 확대로 이어질 개연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은행들이 내준 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밀린 금액의 비중을 기준으로 한 연체율을 보면, 가계대출이 0.26%로 기업대출(0.45%)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가계대출 이자가 역대 최저까지 떨어지면서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규모 확대 가능성이 큰 현실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 2월 은행들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2.90%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제일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아울러 지난 달 한은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결정하면서, 향후 가계대출 이자율은 더 낮아질 공산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사의 압박을 덜어 시장 유동성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예대율 규제 완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그에 따른 여신 확대가 의도했던 기업이 아니라 가계로 쏠리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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