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벤츠, 배출가스 불법 조작…흔들리는 수입차업계 1위 신뢰


입력 2020.05.07 06:00 수정 2020.05.06 21:06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과징금 776억원 '역대 최대'…환경 보다 판매 1위 중시 '비난'

벤츠 불복 절차 밟자 국내 법규 보다 본사 시스템 우선 비판도

배출가스 불법 조작 차량 일부ⓒ환경부 배출가스 불법 조작 차량 일부ⓒ환경부

벤츠 코리아가 자사 차량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대거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로 큰 홍역을 치른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모습이다.


벤츠 코리아가 배출가스 조작으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776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국내 수입차업계 1위인 벤츠 코리아마저 '디젤게이트'에 포함되면서 환경 보다 판매를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량 14종, 총 4만381대에 대해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최종 판단했다.


환경부는 이날 인증취소, 결함시정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벤츠 코리아의 경유차량은 인증시험을 받을 때와는 달리 실제로 도로를 운행할 때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됐다.


벤츠 코리아는 경유차 12종에 대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가동률을 저감시키는 등 불법조작 프로그램을 임의 설정하는 방식으로 질소산화물 인증 기준을 초과시켰다.


SCR은 배기관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해주는 장치이며 EGR은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재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여주는 장치다.


이번 불법 조작은 지난 2018년 6월 독일에서 먼저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환경부도 즉시 조사에 착수해 벤츠 코리아의 불법 조작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문제가 된 벤츠 코리아의 차량을 도로에서 주행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 인증기준(0.08g/㎞)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했다.


환경부는 "벤츠가 차량 연식에 따라 임의로 소프트웨어를 변경한 사실이 별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벤츠 코리아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면서 그간 환경 보다 판매를 중요시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벤츠 코리아의 과징금 776억원은 2015년 당시 아우디·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141억원의 과징금을 크게 상회한다.


벤츠 코리아는 지난 수 년간 신차들을 대거 앞세워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총 12종, 3만7000여대에 대한 환경부 조사 사실에 대해서는 외부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와 관련 벤츠 코리아는 "2018년 11월에 이미 일부 차량에 대해 자발적 결함시정(리콜) 계획서를 제출했고 현재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나머지 차량에 대해서는 (리콜을) 계획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벤츠는 환경부의 발표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불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벤츠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기능은 수백 가지 기능들이 상호작용하는 당사의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 부분"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각 기능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당사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기능들은 전체 차량 유효수명 동안 다양한 차량 운행 조건 하에서 활발한 배출가스 정화를 보장하는, 복잡하고 통합적인 배출가스 정화 시스템의 일부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벤츠의 입장은 결국 국내 법규 보다 본사의 시스템을 더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벤츠는 결함시정 및 과징금 납부는 물론, 환경부의 형사 고발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환경부는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디젤게이트' 사건 당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 2월 대기환경보전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윤모 이사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업계는 아우디·폭스바겐 사례처럼 벤츠에도 비슷한 양형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벤츠 코리아는 오는 8월 경영진 교체가 예정돼 있어 현직 사장 등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미지수다.


과징금 폭탄에 법리 다툼마저 가세하면서 굳건했던 벤츠 코리아의 이미지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