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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중 프리미엄' LG 벨벳, 가격정책이 다소 아쉽다


입력 2020.05.11 07:00 수정 2020.05.11 05:25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쿼드덱·OIS 등 주요 스펙 빠지고 ‘디자인’ 강조

듀얼스크린 별도 판매…따지면 플래그십급 가격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LG전자

89만9800원.


벼랑 끝에 몰린 LG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전략은 매스(대중) 프리미엄이다. ‘대중’과 ‘프리미엄’ 둘 다 잡겠다는 시도는 신선했지만, ‘LG 벨벳’은 대중이 지갑을 열기 망설여지는 다소 애매한 가격으로 나왔다.


그래서 프리미엄은 잡았는지 살펴보면 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먼저 최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65보다 한 단계 낮은 퀄컴 스냅드래곤765를 탑재했다.


광학식손떨림보정(OIS)도 제외됐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디자인, 사양뿐 아니라 ‘브랜드’도 함께 고려한다. LG폰 충성 고객층을 만드는 데 기여한 고음질 오디오칩 쿼드덱(DAC)을 뺀 것은 굉장히 아쉬운 결정이다.


이렇게 돈 들어갈 곳을 줄이고 줄여 만든 가격이 89만9800원이다. LG전자는 LG 벨벳이 지난해 상반기 출시한 ‘LG V50 씽큐(ThinQ)’처럼 최신 기능을 갖춘 플래그십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가격이 119만9000원이었던 전작보다 29만9200원이나 저렴하니 LG전자 설명처럼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좋은 중급형 모델로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듀얼스크린’을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LG전자는 지난해 LG V50 씽큐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21만9000원 상당의 듀얼스크린을 무상 증정했다.


LG 벨벳도 전용 듀얼스크린이 새로 나왔지만, 이번엔 그냥 주지 않는다. 소비자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듀얼스크린 가격이 전작과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LG 벨벳에 듀얼스크린을 더한 가격은 111만8800원이다. LG 벨벳 80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의 비밀은 ‘듀얼스크린 별도 판매’였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결국 플래그십과 매스 프리미엄 제품 간 가격 차이는 8만200원으로 좁혀진다. 오히려 성능만 놓고 보면 지난해 출시된 LG V50 씽큐가 더 낫다. 전작은 퀄컴 스냅드래곤 855에 쿼드덱, 광학식손떨림보정 모두 지원한다.


LG전자가 매분기 적자를 기록한 실적 발표 뒤 언급했던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이 제품 성능을 낮추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다소 실망스럽다. 스펙 장난으로 눈속임하기엔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는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가격 정책에서 보수적이던 애플조차도 최고급 성능의 AP를 탑재한 제품을 55만원에 내놓았다. 삼성전자도 프리미엄 성능으로 무장한 ‘갤럭시A’ 시리즈를 50만원대 이하로 출시했다.


LG전자가 G·V 시리즈까지 버리면서 절치부심 내놓은 제품에 소비자들이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시장은 LG 벨벳이 전작처럼 또다시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으로 ‘0원폰’에 기댄 반쪽짜리 흥행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제품을 2년간 사용한 뒤 반납하고 LG전자 플래그십을 재구매하는 조건으로 50% 깎아준다는 마케팅 보다, 처음부터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해본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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