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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바람 잘 날 없는 ‘더킹: 영원의 군주’의 진짜 문제점


입력 2020.05.08 11:22 수정 2020.05.08 16:1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왜색 논란에 보기 힘든 CG까지 총체적 난국

'삼시세끼'에 발목잡힌 시청률로 맛본 굴욕

ⓒSBS ⓒSBS

높은 기대 속에 출발했던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도 썩 좋지 못한 데다, 단 6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잡음만도 수차례다. 시청률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가 최근 방송에서 10%를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2일 방송 이후 ‘더 킹’은 대한제국과 일본의 해상 전투 장면 중 일장기를 단 일본 군함이 우리나라 군함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백상훈 PD는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사과했다. 백 PD는 “우리나라 군함에 일장기를 달거나, 우리나라 군함을 일본 군함으로 오인하게 하려는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면서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육안으로 보기에 비슷비슷해 보이는 각국 군함의 특징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고, 실사 자료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콘티 중심으로 자료를 선택하는 우를 범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상황과 시간을 핑계 삼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 보려 했던 나의 욕심과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던 안일함으로 시청에 불편을 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연출자이기 전에 역사를 잘 아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겠다. 우리나라 군함과 비슷해 보인다고 지적한 부분은 빠른 시간 내 수정해 재방과 국내외 VOD를 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지적이 결코 가볍게 여겨지지 않았던 건 왜색 논란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에서도 대한제국 궁궐에 일본의 7대 사찰인 동대사의 ‘대불전’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한 차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옆의 탑은 일본 나라현 고후쿠지의 ‘오층탑’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제작사 화앤담픽쳐스는 “2층 목조건물은 우리나라 사찰과 중국의 궁의 특징을 베이스로 해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적인 부분이 사용됐다”며 “대한제국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점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고 사과했다.


보기 힘든 수준의 CG퀄리티도 연출자의 능력을 의심하게 했다.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화려한 볼거리가 예상됐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가벼운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청자 사이에서는 연출자의 능력 부족까지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더 킹’의 진짜 문제는 허술한 연출로부터 발생한 셈이다.


ⓒSBS ⓒSBS

드라마의 기초가 되는 대본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한계까지 언급된다.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프라하의 연인’ ‘신사의 품격’ ‘온에어’ ‘상속자들’ ‘시크릿가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내놓는 드라마마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았던 김은숙 작가지만, 이번 ‘더 킹’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단 ‘평행세계’라는 진입장벽 높은 소재를 선택하면서 시청자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평행세계를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김 작가는 이를 극중 인물들이 서로가 사는 세계의 존재를 따져 묻는 식으로 풀어냈다. 이 과정은 시청자의 몰입을 흐트러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김 작가가 여성 캐릭터에 부여하는 성격에도 의문이 든다. 앞선 작품들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던 부분이기도 한데, 남자의 권련에 종속되는 여성상을 그려냈던 것이 ‘더 킹’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이를 벗어나 진취적인 여성의 캐릭터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했던 김 작가이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지점이다.


자신의 세계에서 당찬 형사였던 여주인공 정태을(김고은 분)이 이곤(이민호 분)의 권력 아래 있는 세계를 찾은 후에는 다분히 수동적 인물로 그려진다는 것이 안타까움을 남긴다. 또 대한제국 최초의 여성 총리를 내세웠지만, 구시대적인 대사도 아쉬움을 안겼다.


연출과 대본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첫 회 11.4%(닐슨코리아 기준)로 평이한 시청률을 보였던 ‘더 킹’은 회를 거듭하면서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했다. 특히 지난 1일 방송은 최저 시청률 8.6%까지 떨어졌다. 이는 같은 날 첫 방송된 tvN 인기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5’(첫 방송 시청률 9.3%)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16부작으로 편성된 이 드라마는 이번 주 방송을 기점으로 정확히 이야기의 중간 지점에 서게 됐다. 앞서 다양한 플롯 속에 떨어뜨려놓은 떡밥들을 얼마나 촘촘하게 회수할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혹여 그렇다고 해도 드라마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타 방송사로 분산된 시청자를 다시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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