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비이자이익 흑자 꿈꾸던 농협금융, 현실은 "만만찮네"


입력 2020.05.22 06:00 수정 2020.05.21 21:5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관련 실적 홀로 적자 전환…올해 1분기에만 1775억 손실

코로나19發 금융 불안 직격탄…저금리 심화 속 부담백배

국내 5대 금융그룹 비이자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 비이자이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금융그룹의 비(非)이자이익이 1년 새 2000억원 넘게 쪼그라들며 연초부터 적자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불안에 다른 금융그룹들도 해당 성적이 악화된 모습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농협금융의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에 제로금리 시대가 성큼 현실로 다가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비이자이익이 갖는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올해는 내심 관련 실적의 흑자 달성을 꿈꾸며 활로를 모색하려던 농협금융으로서는 향후 청사진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국내 5대 금융그룹들이 기록한 비이자이익은 총 1조741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938억원) 대비 24.1%(5521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거의 모든 곳들의 비이자이익 성적이 예전만 못해졌다. 이 와중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이 8217억원에서 7342억원으로 10.6%(875억원) 감소하는데 그치며 최대 액수를 유지했다. 이어 하나금융 역시 5370억원에서 4782억원으로, KB금융도 6127억원에서 2938억원으로 각각 10.9%(588억원)와 35.9%(2199억원)씩 비이자이익이 줄었다. 반면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2710억원에서 3140억원으로 15.9%(430억원) 늘며 유일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비이자이익의 타격이 컸던 곳은 농협금융이었다.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은 514억원 흑자에서 1775억원 손실로 돌아서며 홀로 적자 전환했다. 이렇게 줄어든 비이자이익 금액만 2289억원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대형 금융그룹들이 올해 초 비이자이익에서 맥을 추지 못한 핵심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악재가 꼽힌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에서의 평가 손실은 대폭 확대됐다. 아울러 이런 위험을 예측하고 분산하기 위한 헤지를 담당하는 파생상품 및 외환 관련 부문에서는 이를 상쇄할 만큼의 반대급부를 거두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 같은 경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농협금융이었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이 상품 판매 등을 통해 거둔 수수료이익은 3774억원으로 전년 동기(3262억원) 대비 15.7%(512억) 증가하며 개선 추이를 이어갔다.


아킬레스건은 투자 포트폴리오였다. 같은 기간 농협금융의 유가증권 관련 손익은 2319억원 이익에서 3887억원 손실로 돌아서며 6000억원 넘게 급감했다. 이에 대한 헤지 파트가 담긴 파생상품 및 외환 관련 이익이 492억원에서 3084억원으로 526.8%(2592억원)나 늘긴 했지만, 본 투자에서의 부진을 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보험 부문은 적자폭을 3173억원에서 2829억원으로 10.8%(344억원)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 대의 손실로 비이자이익 사업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 플랜에는 경고등이 켜진 모양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비이자이익 부문의 손실을 535억원까지 줄이며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둔듯했다. 5년 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연간 비이자이익 적자가 9729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19가 몰고 온 난기류의 직접 영향권 안에 들며 다시 손실 확대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더욱 문제는 최근 시장 금리가 크게 낮아진 탓에 금융사 실적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역할이 대폭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할수록 금융사의 핵심 이익인 이자 마진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결국 0%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지난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 양상을 띠자 한은은 7월에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하반기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겹쳐지자 한은은 지난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마 마진 이외의 이익 창출이 절실한 시점에서 몰아닥친 코로나19 악재는 금융사들에게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며 "경쟁 금융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비이자이익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던 농협금융 입장에서 이 같은 여건은 한층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