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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의 되짚기] 재난지원금의 그늘…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입력 2020.06.08 07:00 수정 2020.06.08 05:46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대형마트 사용 불가로 소상공인 임대매장 70%는 사각지대로 남아

농수축산물 농가‧협력업체, 얼어붙은 단체급식 시장에 대형마트 판로도 막혀

ⓒ이마트 ⓒ이마트

재난지원금이 모두에게 행복을 준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부터 14조원의 재난지원금이 시중이 풀리면서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트였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그늘은 분명 존재했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대형마트 내 소상공인 매장이나 대형마트에 농수축산물을 납품하는 도소매 업체들은 지원금 지급 이후 줄어든 매출에 오히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 트레이더스 포함)의 전국 422개 매장의 임대매장은 1만개에 달한다. 이중 30% 수준인 약 3000개 매장에서만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결제시스템이 연동돼 있는 푸드코트 등 70%에 해당하는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대형마트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다 보니 이전에 비해 소비자들이 마트를 덜 찾는 데다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 매장 이용을 기피하는 사례가 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최근 만난 대형마트 내 푸드코트 운영자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대형마트와 마트에서 일하는 소상공인들 모두 죄인이 됐다”며 “별도 결제시스템을 운영하지 못하고 대형마트와 시스템을 공유하는 곳들은 오히려 다른 임대매장 보다 상황이 더 어려운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큰 예산을 투입해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오히려 매출이 더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대형마트 납품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후 대형마트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떨어지면서 이들 납품업체 매출도 덩달아 감소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나 이를 유통하는 도매상인 모두 소상공인이지만 이들에게 재난지원금 특수는 남의 얘기다.


특히 농수축산물 농가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 등교 지연으로 식자재 수요를 떠받치는 한 축인 단체급식 시장이 멈춰서면서 판로 확보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신선식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장기간 보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의 하소연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대형마트 협력업체 근무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협력업체 생존을 위해 일정 한도 내에서만이라도 대형마트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동안 계속된 대형마트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당초 규제 논리로 사용됐던 전통시장 보호 정책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형 식자재마트나 온라인 쇼핑의 성장만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두고 갑론을박 혼란이 가중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점도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사용처에 대한 시민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브랜드 매장이라도 운영 형태나 입점 장소에 따라 상황이 제각각이어서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그동안 구입을 망설였던 살림살이도 새로 장만하고, 가족들과 외식도 하는 등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내년에 부쩍 올라갈 세금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많지만 일단 내 손안에 들어온 이상 내년의 걱정보다는 당장의 행복이 더 크다는 의미일 듯 싶다.


빛이 있는 곳엔 그늘이 생기기 마련이다. 100%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지만 그동안 소상공인 보호와 육성을 외쳐온 정부와 여당의 대처라기엔 아쉬운 대목이 많다. 재난 극복을 위한 지원에 ‘운용의 묘’가 빠졌던 것은 아쉽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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