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 대게도 부담 없이…고가 수입식품도 이젠 단골 메뉴로
사전 대량매입과 유통구조 혁신 노력으로 가격↓, 신선도↑
지난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지 10년. 당시 유통업계 최대 강자였던 대형마트는 거듭된 규제와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단순 유통채널에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복합쇼핑몰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규제의 덫에 걸려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속된 규제로 인한 대형마트의 변화와 그에 따른 역할 그리고 새로운 대안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형마트의 식탁물가 지킴이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랍스터, 대게 등 고가 수산물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가 하면 판로가 막힌 국산 농산물의 소비를 활성화하는데 힘을 보태면서 농가의 시름도 줄여주는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계속된 규제와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 따른 외형 축소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음식서비스(83.7%), 농·축·수산물(69.6%), 음·식료품(43.6%)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수요는 줄어든 반면 집밥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선식품에서는 대형마트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량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새로운 수입선을 발굴해 다양한 식재료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온라인 쇼핑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대량매입과 유통과정 축소로 가격은 낮추고 신선도는 높이고
고가 수산물로 인식됐던 랍스터나 대게는 이미 식탁의 단골 메뉴가 됐다.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대형 공급사와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춘 점이 주효했다.
롯데마트가 오는 10일까지 판매하는 캐나다산 랍스터는 최근 6년 내 최저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캐나다 랍스터 최대 어장이 열리는 5월에 맞춰 현지 대형 공급사를 확보하고, 중간 유통마진을 없앤 직소싱 방식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한 덕분이다.
기존에는 공항 통관부터 수조, 물류 센터, 점포 입고까지 4단계를 거쳤지만, 직수입을 통해 3단계로 과정을 줄였다. 유통과정이 줄면서 유통 시간도 12시간 가량 단축돼 신선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런 노력으로 5월 기준 롯데마트의 랍스터 매출은 2018년 67.8%, 2019년 53.8%, 2020년(5/1-26) 13.8%로 3년 동안 꾸준히 신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이마트가 러시아 대게를 국산 꽃게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앞서 지난 4월 러시아산 활대게 30톤을 4일 만에 모두 판매한 이마트는 이번엔 40톤으로 물량을 늘렸다. 작년 한 해 동안 판매한 활대게 물량이 25톤인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에만 약 100톤을 판매하며 지난해 연간 물량의 약 4배를 팔아치운 셈이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위해 1주일 평균 국내 수입되는 총 물량의 30% 가량을 한 번에 구매하는 대량 매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대게를 선보일 수 있었다.
김상민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꽃게 어획량 감소와 대게 소비침체로 고급 식재료로 알려진 대게 값이 꽃게보다 저렴해졌다”면서 “앞으로도 이마트의 매입력을 통해 다양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격 급등한 한우, 삼겹살도 대형마트선 절반 가격에
지난주부터는 가격이 급등한 한우와 돼지고기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였다. 한우의 경우 1등급 등심 가격(1㎏ 기준)이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고, 삼겹살도 2년 10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코로나 여파로 외식이 감소한 데다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수요가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가운데 마트 3사는 최대 50% 할인율을 내세우며 소비자 발길 돌리기에 나섰다.
대형마트가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축산물 매출이 떨어진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매출도 만회하고 소비자들의 부담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온라인 시대에도 신선식품 경쟁력 여전…해외 먹거리도 한 번에
신선식품 시장에서 대형마트는 여전히 가장 큰 손이다. 개인이나 중소규모 수입업체의 경우 비용이나 재고관리 부담으로 인해 대량 매입에 나서기가 어렵다.
신선식품은 보관기간이 짧고 냉장, 냉동 등 별도의 저장설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상품군으로 통한다. 이 같은 이유로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도 사업 초기 신선식품 직매입에 나섰다가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한 바 있다.
반면 대형마트는 마트 3사가 각각 전국에 100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자본력도 충분하다 보니 물량을 늘려 단가를 낮출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셈이다. 이는 물류센터나 판로 문제로 신선식품 직매입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없는 온라인 쇼핑몰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신선식품 상품별 구매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어 시장 수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점도 온라인 쇼핑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에는 전국 주요 산지마다 담당 MD가 배치돼 시장 수급이나 물가 정보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가 마련돼 있다”며 “최근엔 국내는 물론 해외 소싱도 강화하면서 먹거리 가격을 낮추는데 대형마트가 일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