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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위기' 문화계는] "한국영화 빈익빈 부익부, 코로나19로 극명해져"


입력 2020.06.11 00:00 수정 2020.06.10 23:56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고영재 독립영화협회 이사장, 현장 영화인 목소리 강조

"코로나19 영진위 역할 모르겠다"


<코로나19 사태로 문화계 전반이 초토화됐다. 이에 데일리안은 가요, 공연, 영화 등 각 분야별 대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안 진단과 코로나19 이후의 계획을 들어보고자 한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영화계는 빈익빈 부익부 구조예요. 단, 10% 영화인들만 높은 연봉을 받죠. 이런 상황 속에서 코로나19를 맞이한 겁니다."


지난달 서울 북촌에서 만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한국 영화의 제작비는 이제 200억대 수준이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소재와 장르의 대작들이 주를 이루고, 다양성 영화나 독립영화는 설 자리가 없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영화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런 현실은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 지난 4월 6∼12일 독립영화 단체 및 기업 23곳과 개인 52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피해 실태 조사에서 독립영화인 중 절반에 가까운 42%가 코로나19 사태 기간 수입이 전혀 없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로 조사됐다.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플러그 대표이기도 한 고 이사장은 음악영화를 준비 중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촬영이 미뤄지다 보니 인건비는 밀리고, 촬영 기간은 점점 늘어났다. 고 이사장은 "모든 영화인이 그렇겠지만 2~5월은 수입이 없없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고용유지 지원금이나,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작 중심으로 영화계 현실 때문에 경제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영화인들은 대작에 참여한 '소수'의 영화인들뿐이다. 고 이사장은 "소규모 업체들은 예전부터 메이저 영화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게 현실이다. 영화인들이 그저 영화가 좋아서 이 일을 하고 프로젝트를 기다리던 중,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영화계를 위해 정책을 내놓았다. 우선,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올해 90% 감면한다. 또 개봉이 연기된 한국 영화에 대해서는 작품당 최대 1억원씩 총 42억원을 지원하는 등 17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현장에 있는 영화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영진위에 대한 불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고 이사장은 "독립영화인들은 지자체 프로그램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정부에선 재난지원금을 주고, 지자체에서는 독립영화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럼 도대체 영진위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 국민에게 재난이 닥쳤고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근데 고개를 돌려보면 영진위는 없습니다. 어디 갔을까요. 지원 대책을 설계할 때는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조사를 체계적으로, 빨리하고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제작, 배급, 상업, 마케팅 등 영화계 전 분야와 영화인들에 대해 조사하면 대략적인 피해 규모가 나옵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떤 정책을 내야 하는지 보이죠. 영진위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공감하기 힘들어요.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이 없거든요.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이유죠. 기본이 부족한 겁니다."


고 이사장은 미흡한 대책이 나오는 이유를 공감 능력의 부재로 꼽았다. 감정의 '촉수'를 세우고 영화인들이 어떤 상황을 맞이했고, 영화제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면 더 나은, 현실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고 이사장은 강조했다.


"공감 능력의 기초는 실태 조사예요. 근데 영진위는 일률적인 행정 체계를 토대로 현실을 바라본 것 같아요. 본인들 생각 위주로 상황을 대처하면 답이 없어요. 천만 영화가 빵빵 터졌던 예전으로 당장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월세 낼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영화인들이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게 도와줘야 해야죠."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산업은 코로나19 이전과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 고 이사장은 "백신이 나올 때까진 코로나19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이전처럼 극장에 관객이 몰릴 때까진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고 내다봤다.


고 이사장은 '극장의 존재 이유'라는 화두도 꺼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영화 관람 형식도 바뀌었다. 시공간을 초월해 콘텐츠를 접하는 관객들이 늘어난 것이다.


고 이사장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며 "물론 갑자기 바뀌진 않지만 콘텐츠의 제작, 유통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극장에서 개봉해도 돌아오는 수익이 없는 상황이 닥치면 극장이냐, 다른 플랫폼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런 전염병 현상은 어떤 식으로든지 반복된다"며 "전염병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재난은 또 닥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작이 없는 상황에서도 독립영화는 꾸준히 극장에 걸렸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데다 개봉을 미루면 대작들에 밀려 개봉관을 잡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고 이사장은 씁씁한 현실을 짚으며 얘기했다.


"독립영화는 수익을 기대하고 만들지 않으니까요. 계속 코로나였죠. 그때도, 지금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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