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대면 자리서 "법무부와 협력하라"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 발뺐다는 해석
"비난 받지 않으려는 대통령"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윤석열 거취 논란'과 관련한 정치권의 입장 표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 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협력의 주체는 검찰과 법무부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사태'에서 발 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며 "지난주 법무부와 검찰에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을 두고 충돌을 빚고 있는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사실상 재신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돈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을 향해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윤 장관 거취에 대해 사실상 '침묵'했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윤 총장 거취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물론 두루뭉술한 발언으로 정치권의 요구를 비껴갔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이 모순적이라며 대통령에 분명한 태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아무런 견해를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표현 자체가 모호하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재신임 여부를 밝히지 않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극찬을 한 사람"이라며 "그를 내치거나 비판하면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협력'만 강조한 건 결국 '윤석열 사태'에서 발빼겠다는 것"이라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함구령'과 결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되도록 윤 총장의 이름을 언급하지 말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윤 총장 거취 문제가 부각될수록 권력기관 개혁의 논점이 흐려지는 건 물론, 진영 간 대결구도로 확전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야권이 문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도 문 대통령의 '이중성'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해석되는 만큼, 문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