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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나면 보험료 낸다"…'후불제' 실험에 보험업계 '촉각'


입력 2020.07.04 06:00 수정 2020.07.04 05:5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일본서 등장한 P2P 암보험, 가입 시 보험료 부담 '제로'

쉬운 구조·투명성 등 장점…젊은 층 공략 아이템 '주목'

일본에서 이른바 후불제 암보험이 첫 선을 보이면서 국내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픽사베이 일본에서 이른바 후불제 암보험이 첫 선을 보이면서 국내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픽사베이

일본에서 이른바 후불제 암보험이 첫 선을 보이면서 국내 보험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입 시 정해진 보험료를 내는 전통적인 상품의 공식을 깼다는 점에서 그 여파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보험이 젊은 층을 공략하는 핵심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보험사들의 셈법은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소액 단기 보험사인 저스트인케이스는 일본 최초의 개인 간(P2P) 암보험인 '더치페이 암보험' 상품을 개발해 판매에 들어갔다.


P2P 보험은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 단체를 구성하고 사고발생 시 상호부조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상품이다. 투명성이 담보된 보험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전통적인 위험결합 방식과 현재의 혁신기술을 접목시킨 온디맨드 상품으로 평가된다.


저스트인케이스가 선보인 더치페이 암보험은 암 진단 시 80만엔의 정액 일시 보험금과 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주는 상품으로, 가입 시 보험료 부담이 없는 후불제 방식을 택했다. 가입 가능 연령은 만 20~74세이며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2개월의 부담보 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보험 기간은 1년이며 갱신이 가능한 형태다.


이 상품은 보험료 납입 방식과 사업비 책정 등 운영구조 측면에서 기존 보험과 뚜렷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보험들은 사전에 약정한 보험사고 보장을 위해 연령 또는 성별에 따라 책정된 보험료를 보험사에 미리 지불하는 형태인 반면, 더치페이 암보험은 계약자 중 암 진단자가 발생하는 경우 사후적으로 보험료가 부과되는 구조다.


보험료는 매월 암에 걸린 사람과 사망자에 지급한 보험금을 연령군별 가입자 수로 나눈 금액에 사업비를 가산해 책정된다. 해당 연령집단에서 암에 걸린 사람이 없으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며, 연령군별 보험료 상한이 설정돼 있어 암 진단자 수가 늘어나더라도 개인의 보험료 부담은 제한적이다.


전체 보험료 중 관리비 명목으로 지출되는 사업비 비중은 가입자가 2000명씩 증가할 때마다 1%씩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계약자 수가 2만명 이상이 되면 35%에서 25%로 하향 조정된다.


이 같은 P2P 보험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상품구조와 투명성, 가격 경쟁력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커스트인케이스가 관련 상품 출시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P2P 보험은 20~40대 사이 젊은 계층의 가입 의향이 높고, 저렴한 보험료에 대한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가입 의향이 있는 사람들의 연령별 분포는 40대(35%), 30대(30%), 20대(22%), 50대(14%) 순이었다. 가입 의향이 있는 사람들의 소득 분포는 500만엔(62%), 500만~1000만 엔(30%), 1000만엔 이상(8%) 순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자일수록 가입 의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인영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더치페이 암보험은 다른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내용이 단순해 이해하기 쉬우며, 보험료의 사용처와 수수료가 공개돼 투명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며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에 친숙한 젊은 층이 고령층에 비해 가입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보험금이 80만엔으로 정액인 점, 최대 74세까지밖에 가입하지 못하는 점, 보험 기간이 1년으로 암 진단 시 갱신이 불가능한 점, 입원·수술 급부금이나 선진의료 특약 등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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