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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지진관측 네트워크’…땅 흔들리자 기지국이 먼저 알았다


입력 2020.07.09 15:43 수정 2020.07.09 15:44        동탄(경기도)=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서 모의 지진 시험

지진감지센서로 알림 빠르게…‘골든타임’ 확보

3천개 기지국에 센서 구축…연내 8천개로 확대

SK텔레콤이 9일 내진·진동 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사진은 임의로 설치된 기지국(오른쪽)과 서버실 통신 장비의 모습. 기지국 가운데 달린 하얀 물체가 진동을 감지하는 지진감지센서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SK텔레콤이 9일 내진·진동 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사진은 임의로 설치된 기지국(오른쪽)과 서버실 통신 장비의 모습. 기지국 가운데 달린 하얀 물체가 진동을 감지하는 지진감지센서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굉음을 내며 땅이 흔들렸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심 한복판에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바닥에 고정된 건물과 안에 있는 물건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다가 이내 진동을 멈췄다.


이날 본 것은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시연 장면이었지만,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현재 지진 발생 후 경보를 보내기까지 약 25초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5초 정도면 책상 아래 등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고, 10초 이상이면 건물 밖 대피도 가능하다. 이 ‘골든타임’을 더 줄일 방법은 없을까?


9일 내진·진동 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SK텔레콤 모의 지진 시험 현장을 찾았다.


SK텔레콤은 전국에 분포한 기지국과 대리점 3000여곳에 지진감지센서를 설치했다. 연내 8000곳까지 이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현재 기상청 지진관측소는 전국에 338개가 구축돼 있는데, 지진을 감지할 수 있는 곳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이날 SK텔레콤은 시험을 위해 지진 규모 6.0 이상 지진과 유사한 진동을 발생시켰다. 지난 2017년 큰 피해를 발생시킨 포항 지진 규모는 5.4였다.


SK텔레콤이 9일 내진·진동 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사진은 임의로 지진을 발생시키는 유압 펌프가 내장된 로봇 팔이 설치된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SK텔레콤이 9일 내진·진동 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사진은 임의로 지진을 발생시키는 유압 펌프가 내장된 로봇 팔이 설치된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유압 펌프가 달린 거대한 로봇 팔이 땅을 흔드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진동까지 더해지니 가상으로 세워진 기지국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자 기지국 가운데 달린 지진감지센서가 진동을 인식했다. 한 뼘 크기의 이 장비는 220V 플러그 타입으로 쉽게 설치하고 이동시킬 수 있다.


시연이 진행되는 동안 큰 진동에도 쉽게 빠지거나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비는 초당 100회의 진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밀 분석을 통해 일반 진동과 지진을 구분하도록 설계돼 있다.


모형 기지국 옆에 있는 검은색 물체는 실제 서버실에 있는 통신 장비다. 이 장비 역시 지진이 발생해도 망가지지 않도록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


SK텔레콤이 9일 내진·진동 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지진감지센서가 보낸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난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SK텔레콤이 9일 내진·진동 등 안정성을 검증하는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지진감지센서가 보낸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난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장비가 감지한 진동은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돼 모니터에 파형을 그렸다. 진동이 거셀수록 모니터도 큰 물결을 그렸다. 이 데이터는 SK텔레콤 서버를 거쳐 국제 표준 규격에 맞춰 기상청으로 전송된다. 경북대에는 가공되지 않은 로우(Raw) 데이터를 전송해 연구를 돕는다.


물론 SK텔레콤이 설치한 지진감지센서는 기상청 지진관측소에 비해 성능이 매우 낮다. 가격도 기상청 관측소가 2억원 내외인 반면, SK텔레콤 장비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 가격은 6만원 정도다.


따라서 SK텔레콤 장비는 지진에 대한 완벽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보다는,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 데이터를 모아 대응책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빨리 알릴 수 있는 ‘보조 수단’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진으로 망가진 기지국을 빠르게 원상복구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기지국이 망가지면 일대 통신이 끊겨 사회 전반이 마비되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데, 센서로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한 기지국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상진 SK텔레콤 5GX 인프라BM팀장이 9일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지진관측 네트워크' 시범 구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이상진 SK텔레콤 5GX 인프라BM팀장이 9일 경기도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지진관측 네트워크' 시범 구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SK텔레콤은 지진감지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상청·경북대학교와 함께 국가 지진대응체계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추진한다.


권영우 경북대학교 초연결융합연구소장 교수는 “현재 국민들에게 선진국 수준인 7~25초 시점의 네트워크 기반 지진 조기경보 서비스 제공하고 있지만, S파가 경보보다 먼저 도달하는 지역에는 블라인드존인 ‘경보공백역’이 발생하고 있다”며 “SK텔레콤 소형 가속도 센서가 있으면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SK텔레콤에서 제공받은 진동 데이터를 국가 지진관측망과 융합해 진도정보생산, 지진조기경보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덕기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큰 만큼, 지속적인 민관협업과 연구개발을 통해 신속·정확한 지진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진 SK텔레콤 5GX 인프라BM팀장은 “지진 보조 관측망 역할을 통해 기상청 지진 조기경보 시간 단축에 기여하고,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감 지진 정보서비스와 산업 인프라 보호 솔루션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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