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필터기 판매량 급증...유통가 "없어서 못 팔아”
외식업계, 수돗물 사용 제한에 ‘엎친데 덮친격’
'수돗물 유충' 논란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유통업계와 외식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샤워 필터 등 관련 제품 판매가 급증한 반면, 수돗물 사용량이 많은 외식업계는 영업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인천에서 처음 발생한 ‘깔따구 수돗물’ 사태는 21일 기준 전국구로 확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화성, 시흥, 파주에 이어 서울과 충북 청주, 부산에서도 시민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국 정수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불안감은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주방과 화장실 수도꼭지에 설치하는 필터 등 관련 제품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716% 급증했다. 전월과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각각 1046%, 1278% 늘었다.
SSG닷컴 역시 같은 기간 샤워 필터 판매가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0% 증가했다. 정수기에 설치하는 필터도 36% 증가했다.
대형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3~19일 일주일간 필터샤워기, 주방씽크헤드, 녹물제거샤워기 등 샤워‧수도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 생수 매출도 20% 신장했으며, 인천과 경기 지역 매출은 30~60%의 신장세를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다양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까지 수급 불안은 없다”며 “인천에서 수돗물 녹물사태 때도 샤워 필터기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반면 외식업계는 이번 수돗물 유충 논란을 두고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파가 몰아친 올해 상반기를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카드로 어렵사리 넘긴 외식업계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7월 들어 재난지원금이 사실상 거의 소진되면서 5월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외식 경기가 다시 얼어붙지 않을 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 지역 일부 외식업체들은 음식 조리에 생수를 사용한다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인천 연수구 소재 레스토랑 근무자인 이모씨(30대)씨는 “국이나 탕에 쓰는 육수는 따로 배급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지자체에서 아직 별도의 대응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식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수돗물 유충 사태로 인해 3분기는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보건당국의 대응이 한 발씩 늦다"며 “3분기 재난지원금 소진에 코로나19사태 지속, 수돗물 유충 사태까지 외식업계로서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