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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가 유일…대작 몰리는 여름 극장가 여배우 '실종'


입력 2020.07.22 06:00 수정 2020.07.21 23:29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강동원·정우성·황정민 대작들 남배우 위주

영진위 보고서 "기울어진 운동장 구축"

엄정화ⓒ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엄정화ⓒ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강동원, 정우성, 황정민, 이정재, 곽도원, 그리고 엄정화.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즌에 공개되는 텐트폴(주력 작품)을 이끄는 배우들이다. 주로 남자 배우들로, 여배우로는 엄정화가 유일하다.


이들 작품은 주로 100억원을 훌쩍 넘는 제작비 규모의 대작이다. 강동원 주연의 '반도'는 190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갔으며 손익분기점은 해외 판매 덕에 250만명 수준이다. 정우성·곽도원·유연석이 나선 '강철비2:정상회담'는 순제작비 121억이 들어 395만명을 모아야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


황정민·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순제작비 138억원·손익분기점 350만명 규모이며, 곽도원 주연의 '국제수사'는 총제작비 91억원, 손익분기점 170만명 규모다. 엄정화 주연의 '오케이마담'은 총제작비 88억원이 들어갔으며, 손익분기점은 250만명이다.


여름, 겨울 방학 성수기 시즌에 선보이는 대작들에서 남자 배우가 주축이 된 현상은 예전부터 봐왔다. 지난해 여름 시즌에는 '사자', '엑시트', '나랏말싸미', '봉오동전투'가 선보였는데 박서준·조정석·송강호·유해진 등 모두 남자 배우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나마 '엑시트'의 임윤아가 여배우로서 개성 넘치는 역할을 소화했다.


같은 해 겨울 방학 시즌에는 '백두산', '천문', '시동' 등 배급사 주요 작품들이 잇따라 극장에 걸렸다. 이들 작품에서도 이병헌·하정우·한석규·최민식·박정민·마동석 등 모두 남자 배우들이 책임졌다. 여배우가 돋보인 영화는 전무했다.


'반도'ⓒ뉴 '반도'ⓒ뉴

그나마 전지현, 김혜수, 손예진, 김태리 등이 성수기 시즌에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전지현은 '도둑들'(2012), '암살'(2015)로 그해 여름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고, 손예진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으로 860만 관객을, '덕혜옹주'(2016)로 550만명을 불러모으며 이름값을 했다. 김혜수는 '도둑들'(2012)과 '굿바이싱글'(2016)로, 김태리는 '아가씨'(2016)로 그해 여름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이렇듯 여배우들의 '티켓 파워'는 남자 배우들과 비교해 격차가 크다.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기량을 펼칠 작품이 마땅치 않는 게 현실이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에서 개발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남성 캐릭터 위주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낸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선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이 마주한 현실이 드러난다. 이번 연구는 지난 10년(2009-2018)동안 개봉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는 "흥행 순위 50위에 오른 영화 중 전반에서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는 '둘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배경에 가까운 인물이거나, 또는 남성으로만 구성된 동성 집단에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년 동안 제1 주연이 여성인 영화는 24.1%에 그쳤지만, 제1 주연이 남성인 영화는 75.4%에 달했다. 주연1과 주연2가 모두 여성으로 이뤄진 영화는 8.3%, 주연1과 주연2가 모두 남성인 영화는 44.9%로 격차가 컸다.


편중된 장르도 여배우 기근 현상에 영향을 끼쳤다.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작품을 살펴보면 드라마(63편)를 제외하고 범죄(30편), 코미디(28편), 액션(22편)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흥행영화에서 주연1과 주연2가 모두 남성인 영화가 급증하고 여성 캐릭터들이 스크린에서 점차 사라진 것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주연 배우의 나이를 살펴보면 여성 배우는 20·30대(71.9%), 남성 배우는 30·40대(74.8%)가 많았다. 보고서는 '남고여저' 현상을 언급하며 "여성 배우의 경력주기가 남성 배우보다 짧아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조혜영 책임연구원은 "한국영화가 성불균형한데, 이는 한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100년을 이어져온 구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이미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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