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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들의 임대인과 임차인 '두 국민 정치'


입력 2020.08.03 00:00 수정 2020.08.03 05:0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윤희숙 부동산 발언 비판하려다 무리수

역풍 맞자 "윤희숙, 임대인 보호한 것" 매도

전문가들 '임대인·임차인 분리 안 되는데'

야권에 '기득권 보호' 프레임 씌우기 의심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두번째 전국민 조세저항 국민집회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참석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두번째 전국민 조세저항 국민집회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참석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자유발언이 화제인 가운데, 이를 비판하려던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수가 잇따르고 있다. ‘이상한 억양’이라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임대차 3법의 효과를 강조하려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고 말해 월세부담이 큰 서민들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아가 윤 의원이 과거 다주택자였다는 점을 들어 '임대인의 이익을 주장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가 임대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윤 의원은 자신이 임차인임을, 그 설움을 연설 처음에 강조했지만 임대인 보호를 외친 것"이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세상에, 없는 사람 주거안정 차원에서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니 나라가 그래도 있는 사람 보상을 해주라고요? 올리고 싶은 만큼 못 올리는 차액을 국고로 보상해주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자본주의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제도는 없을 듯 싶다"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의원은) 며칠 전까지 다주택자였고, 현재는 임대인이면서 서초구 갑에 출마하기 위해 불과 몇 달 전 임차인이 된 것 같다"며 "의원님 글 내용에 부합하는 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가 아니라 '저는 임대인입니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라며 "임차인 보호강화를 국가의 부담으로 한다는 것이 어떻게 임대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 제공으로 이어지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대인 걱정 만큼 임차인도 함께 걱정해주면 좋겠다"는 쓴소리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임대인은 유리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국가는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순수하게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나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피라미드 구조의 최상부 극소수만 '임대인'일 뿐 대부분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위를 동시에 갖거나 임차인이라는 얘기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전세제도 하에서 세입자는 다 똑같은 을이 아니며 집주인도 모두 똑같은 갑이 아니다"며 "사슬의 맨 아래에 존재하는 사람들만 진정한 을이고 사슬의 맨 위에 있는 사람만 진정한 갑일 뿐, 나머지는 모두 갑인 동시에 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세입자를 을로 보고, 모든 집주인을 갑으로 보다 보니 이제는 과도한 임대차보호법까지 입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했었다.


장부승 교수도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보유세와 월세 규제가 결국 월세상승 효과를 불러 서민들의 어려움으로 전가된 사례를 통해, 규제로 주거안정을 가져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전월세상한제는 집주인의 세입자 괴롭힘 현상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규정이 오히려 임차인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취지였다. 통합당 윤 의원의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줘야한다'는 발언과 비슷한 맥락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임차인 보호' 주장이 정책 보다는 정략적 판단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국민을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나누고 약자인 임차인 보호를 외침으로서 지지를 확보하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국민 사이 증오와 적대감을 심고 다수의 편에 서는 이른바 '두 국민 정치'는 정권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마다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이미 시장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집주인이 나가달라는 연락이 왔다" "계약연장을 안하려 한다"며 임차인 입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세대출 질권설정에 동의하지 않겠다" "집을 수리해주지 않겠다" "세입자를 꼼꼼히 고르겠다" 등 ‘세입자 괴롭힘’ 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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