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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안봐도 넷플릭스다” 시대, 심경 복잡한 콘텐츠 업계


입력 2020.08.06 14:25 수정 2020.08.06 19:0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옥자, 킹덤2, 인간수업ⓒ넷플릭스 옥자, 킹덤2, 인간수업ⓒ넷플릭스

“안봐도 넷플릭스다”, “넷플릭스 보고 갈래?”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며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통하는 유행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전자는 “안봐도 비디오다”가, 뒤는 “라면 먹고 갈래?”가 시대에 맞춰 바뀐 말이다. 2016년 한국에 첫 발을 들인 넷플릭스가 2020년 현재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일정 금액을 내고 수많은 콘텐츠를 찾아보는 대중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그저 즐기면 되는 미디어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콘텐츠 관계자들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매우 복잡한 심정을 가지게 하는 존재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우선 기회다.


넷플릭스는 2017년 578억을 투자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만들었다. ‘옥자’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후 이후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인간수업',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유병재:B의 농담', '유병재:블랙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투게더' 등이 만들어졌다. 특히 '킹덤'은 이례적으로 공개 되기 전,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킹덤' 시즌2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 시장을 본격 진출 선언이었다.


현재 넷플릭스는 한국 제작사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공동 투자를 하거나 제휴를 맺어 송출하고 있다. 2019년 CJ ENM과 JTBC는 넷플릭스와 3년 동안 20여 편의 콘텐츠 제휴를 맺었다. 또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 4.99%의 지분을 넷플릭스에 매각했다.


tvN '미스터 션샤인', '하이바이마마', '사랑의 불시착', '슬기로운 의사생활' KBS2 '동백꽃 필 무렵', SBS '더킹-영원한 군주', '하이에나' JTBC '이태원 클라쓰' 등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전 세계 안방에 스트리밍 되며 의미 있는 제휴의 결과를 내고 있다.


190여 개국에 동시 송출 할 수 있는 탄탄한 플랫폼, 거대 자본, 제한 없는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강점이다. 성역 없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배우들과 제작사 입장에서는 절대적인 유혹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놓은 상황이다. 웨이브가 OTT를 이제 막 시도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넓어지는 건 한계가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실력, 위상을 폭 넓게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 국내 드라마 투자비는 할리우드 드라마 10%밖에 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조회수에 따른 인센티브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위기다.


한국영화수입배급사들이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이유는 저작권료의 배분 방식이다. 당장 중단되는 영화가 400여 편밖에, 안되지만, 장기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넷플릭스의 해외영화 독점력은 절대적이다. 토종 OTT는 대체할 수 있는 거대 미디어 때문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 배급사인 롯데컬처웍스에게 콘텐츠 독점 공급을 요청했다. 즉 국내 OTT 업체에 롯데서 취급하는 모든 콘텐츠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현재보다 더 많은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을 장악한다면, ‘국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국내 콘텐츠 유통’의 완벽한 독점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넷플릭스 독식을 막기 위해 지상파가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데 시청률 3~4%가 나오는 상황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외국 기업이다. 우리의 시장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일"이라며 "지금 당장은 제작비를 투자 받아 좋지만,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제 살 깎아 먹는 일"이라면서 지적했다.


넷플릭스와 한국 시장의 관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속에서 '넷플릭스 의존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만은 일치했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고, 넷플릭스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결국 콘텐츠를 개발하는 의미가 '넷플릭스 납품용'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성립된다.


다른 제작사 대표는 "넷플릭스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다. 시청자가 강렬한 입맛에 길들여져, 더 자극적인 것만 원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제작자들은 우리 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걸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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